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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여론, 생각처럼 안 움직이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9, 2012

소셜 플랫폼 다변화, 단순 리트윗 효과 없어… 무리한 여론 조작 오히려 ‘역풍’.
트위터·팟캐스트에서 페이스북·유튜브로 무게중심 이동.

이번 선거는 과거 그 어느 선거 못지않게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여론전이 치열했다. 그동안 소셜 네트워크가 진보 진영의 무기였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주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이슈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새로운 이슈를 낳으면서 여론을 뒤흔들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TV 광고가 나오자 마자 트위터에서는 문 후보가 앉아있는 의자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곧바로 중고로 산 50만원짜리 의자라고 해명한 뒤 수그러들긴 했지만 트위터의 폭발적인 이슈 확산 속도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틀 동안 쏟아진 명품 의자 트윗이 4만여건. 보수 진영의 공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박근혜 후보가 입고 다니는 옷과 가방, 구두값을 밝혀보라”고 트윗을 남기자 박 후보의 10년 된 구두가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의 패딩과 박근혜 후보의 패딩을 비교한 사진도 올라왔다.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서 아이패드를 들여다 봤다는 의혹도 트위터에서 먼저 나오고 주류 언론이 받아쓰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트위터의 저력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총선 때 여론전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낙하산 사장을 내세워 MBC와 KBS를 틀어 막았고 조중동도 기꺼이 새누리당의 전위대로 나섰다.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확실한 명분과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열풍에 힘입어 압승을 예상했던 민주통합당은 낮은 투표율과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보수 회귀에 뒤통수를 맞았다. 소셜 네트워크를 과신한 탓에 주류 언론의 영향력을 간과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보수 언론의 전략은 이번 대선에서도 먹혀드는 것처럼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법정 토론회 이외의 토론회를 거부했고 보수 언론은 쟁점을 뭉개고 단순 동정보도로 일관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에 묻혀 정책 대결이 실종되면서 선거는 친박 대 반박, 친노 대 반노의 구도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TV토론이 시작되면서 소셜 네트워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가 트위터 여론을 분석한 결과 지난 16일 3차 TV토론 때 쏟아진 정치 관련 트윗이 127만여 건으로 1차(84만여 건)와 2차(91만여 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V토론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저녁 8시부터 9시50분까지 1시간30분 동안 집계된 트윗만 26만여건에 이른다. 토론이 절정에 이르렀던 9시35분께는 분당 트윗이 4500건에 육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전까지만 해도 소셜 네트워크의 여론이 소극적이었는데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고 양자 구도가 굳어지면서 본격적인 정치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0만 건에 머물던 정치 관련 트윗 수가 11월에는 36만 건까지 늘어났고 12월 들어 폭증하기 시작해 하루 100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트위터와 팟캐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N스크린 서비스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트위터가 보편화되고 사회적 관계망이 확대되면서 유명인 중심의 하향식 여론 집중도가 완화된 데다 전문가 그룹이 페이스북에 참여하면서 정보의 유통 경로가 다변화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는 600만명, 페이스북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팔로잉과 팔로워, 리트윗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친구를 맺는 사람들끼리만 서로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슈의 확산 경로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치 관련 이슈는 단문 중심의 트위터보다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페이스북에 더 어울리고 정보의 신뢰도도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지난 4월 총선과 달리 팟캐스트 나꼼수 멤버들이나 탤런트 김여진씨 등 유명인 중심의 여론 형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게 중요한 차이”라면서 “최종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수면에서 여론이 꿈틀거리는 게 감지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반인들 중심으로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소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에서 조직적인 여론 개입이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서울과 대구에 이어 강원도에서도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 사무실로 추정되는 오피스텔이 적발됐다. 이와 별개로 한겨레가 보도한 국가정보원 고위 당직자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정보국 산하의 3개팀에 75명의 직원이 야당 인사에 대한 비판 또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다는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위터 여론 분석 업체 유저스토리랩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의 기사를 링크한 트윗 가운데 상당수가 봇이라고 부르는 자동 전송 프로그램에서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의 경우 링크된 트윗의 3분의 1 이상이 봇에서 발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는 “알바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새누리당 지지 성향의 조직적인 여론 개입 움직임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단순히 팔로워가 많고 리트윗 수가 많으면 많은 사람이 볼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지 않는 이런 트윗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포털 사이트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역시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 지지 후보를 바꾸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새누리당의 알바 전략은 소셜 네트워크의 소통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낡은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트위터의 여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기 어렵거나 조작하기 쉽고 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 관계망에 합류하지 못한 채 단순히 팔로워 수나 리트윗 수를 늘리는 것으로는 여론을 움직이지 못하고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새누리당 댓글 알바는 거의 여론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국정원 댓글 알바가 적발됐다는 소식은 밤새도록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한 한계선) 포기 발언 의혹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새누리당을 공격했던 신천지 연루 의혹이나 굿판 논란도 잠깐 이슈가 됐다가 쉽게 사그러 들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의도적인 여론 개입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불특정 다수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TV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 ‘6억’이나 ‘다카키 마사오’, ‘불량식품’ 등의 주제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고 패러디도 쏟아졌다.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의 TV 찬조 연설이 폭발적으로 리트윗되면서 유트뷰 조회수가 폭증한 것도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변화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유튜브와 N스크린의 확산을 꼽았다. “세 차례 TV토론 시청률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N스크린을 이용한 재방송 시청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이야기다. 방송 전체를 보기 보다는 하이라이트 중심으로 추천하고 소비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실제로 17일 저녁 JTBC에서 방송된 표창원 전 교수와 권영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토론은 유튜브에서 30만번 이상 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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