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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기사 팔기 쉽지 않네.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28, 2012

“10만명의 유료 독자가 100만명의 무료 독자보다 가치 있다.” 지난달 23일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한 독일 더벨트의 발행인 마티아스 되프너의 이야기다. 공짜 뉴스가 어디에나 넘쳐나는 세상에 도대체 어떤 기사에 독자들이 지갑을 열까.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언론사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콘텐츠 유료화는 아직까지 언론사의 무덤이다. 어설프게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문을 닫은 언론사가 훨씬 더 많다.

28일 언론진흥재단이 펴낸 해외 언론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전면 유료화 보다는 계량형 유료화(metered paywall) 모델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계량형이란 달마다 일정한 분량의 기사를 무료로 읽으면 그 뒤에는 지불을 해야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신문협회 연구에 따르면 계량형 유료화 모델을 실시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평균 11.2개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강석 미국 텍사스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온라인 신문이 유료화할 경우 독자의 70%가 신문을 읽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강 교수는 “종이신문은 하나의 독립재로 여겨져서 부수당 판매가 가능하지만 디지털로 넘어오면 독자들이 기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신문은 종이 신문에 비해 가격 탄력성이 매우 높아서 유료로 전환할 경우 대규모 독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신문의 첫 번째 특징은 멀티 플랫폼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플랫폼에 따라 독자들의 성향도 다르고 이용 습관도 천차만별이다. 뉴스 관심도나 인지적·감정적 관여도도 다르다. 두 번째 특징은 지불 의사다. 특화된 서비스나 재화를 적은 금액으로 선택적으로 지불하는 마이크로 페이먼트나 셀렉티브 페이먼트가 가능하다. 세 번째 특징은 투자 대비 효용성다. 지불할 가치가 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미국의 더데릭은 온라인 유료화를 종이신문 구독에 병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종이와 디지털을 동시에 구독하면 3개월에 29달러, 6개월은 39달러, 1년은 69달러를 낸다. 기존에 종이신문을 구독하던 독자들은 추가 비용만 내면 된다. 2009년 10월 유료화를 단행한 뒤 첫 두달 동안은 매출이 늘었지만 셋째 달부터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상당수 독자들이 온라인 유료 구독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지역신문 콩코드모니터는 지난해 5월 온라인 유료화를 단행했다. 이 신문은 지역 소식만 유료화하고 통신사 뉴스 등은 무료로 개방했다. 1일 이용권은 1달러, 1개월 이용권은 9.99달러다. 17달러를 내면 1개월 이용권에 7일 동안 종이신문이 배달된다. 종이신문 구독자들은 1주일에 25센트, 연간 17달러를 내면 온라인 기사를 볼 수 있다. 콩코드모니터의 경우는 유료화 도입 초기 방문자 수가 줄었다가 다시 회복됐다.

82개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가네트그룹도 대대적인 온라인 유료화를 단행했다. 아리조나리퍼블릭의 경우 지난 9월부터 기사 20건까지는 무료, 더 많은 기사를 읽으려면 월 10달러를 내도록 하고 있다. 유료 독자들은 종이신문의 PDF 판을 읽을 수 있다. 2달러를 더 내면 종이신문도 받아볼 수 있다. 온라인 유료화에 종이신문을 끼워팔기 하는 셈이다. 가네트그룹은 내년에 1억달러의 매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즈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1주일에 2파운드씩 1년 이상 구독 계약을 하면 온라인 기사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처음 3개월 동안 매주 2파운드씩, 그 이후로는 4파운드씩을 내는 옵션도 있다. 온라인 무제한 이용에 종이신문 주말판을 받아볼 수 있다. 처음 3개월 동안 매주 4파운드씩, 그 다음부터 6파운드씩 내는 옵션은 온라인 무제한 이용에 종이신문 평일판과 주말판을 모두 받아볼 수 있다. 모두 1년 이상 구독 조건이다.

더타임즈는 2010년 7월 유료화를 단행한 뒤 방문자 수가 400만명이나 줄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연간 기준으로 960만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방문자 수는 줄었지만 광고 단가는 4배 늘어났다. 지난달 기준으로 더타임즈의 온라인 유료 독자는 132만명, 이 가운데 122만명이 정기 구독을 하고 있다.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강 교수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 이른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일찌감치 태블릿 신문을 표방했던 더데일리의 부진도 흥미롭다. 지난해 2월 창간한 더데일리는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없이 태블릿으로만 기사를 내보낸다. 아이패드 이용자의 경우 구독료가 1주일에 99센트, 1년에 39.99달러. 편집장 제시 안젤로는 “10만명 이상이 유료 구독을 하고 있고 이 가운데 98%가 회원 갱신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폐간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3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강 교수는 “더데일리는 태블릿 이용 인구를 과대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더데일리의 소유주 루퍼트 머독은 1년 안에 5000만명 이상이 태블릿을 구입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4000만명에 그쳤다. 종이신문 기반이 없어서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더데일리는 화면 해상도를 개선해 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폐간 이전의 마지막 시도로 생각하고 매달리고 있다.

강 교수는 유료화에 성공 모델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다. 첫째, 무료 콘텐츠를 미끼로 내거는 계량형 유료화 모델은 독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적합하다. 둘째, 종이신문 구독에 온라인 유료화를 연계하는 통합형 유료화 모델은 종이신문 독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셋째, 종이신문 광고와 온라인 광고를 연계하는 통합형 유료화 모델은 광고에 대한 독자들의 회상도와 인지도, 몰입도를 높여 광고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강 교수는 “유료화를 검토할 때 사용자 편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은 수의 클릭으로 구독을 마칠 수 있게 하고 무료 이용자가 기사를 열었을 때 더 읽기 위해 유료 구독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기술적 결함없이 작동하는 등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프레스플러스나 디지털페이미터, 아워홈타운, 클릭쉐어 같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강 교수의 제안하는 유료화 전략을 정리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자들의 유형과 소비 패턴을 파악하라. 둘째, 기존 종이신문 독자들부터 시작하라. 셋째, 무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라. 특히 소셜 미디어의 접근을 폭넓게 허용하라. 넷째, 종이신문 광고 감소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온라인 광고를 개척하라. 다섯째, 매출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독자들이 찾는 기사의 유형을 발굴하라.

스프링필드저널레지스터의 편집장 존 브로드북스는 “유료화 모델로 새로운 건물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수입원의 발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무료로 뿌리기에는 뉴스 발행 과정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다. 강 교수는 “온라인 유료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면서 “한국도 주요 신문을 시작으로 단계적 유료화 모델을 실시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보고서 원문 링크.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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