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언론이 특종 깔고 뭉개던 시대는 지났다.

Scroll this

미국에서 신문사들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 실을 기사를 온라인에 먼저 싣게 된 계기는 1998년 1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스캔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온라인에서 기사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면 누가 신문을 사보겠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매트 드러지라는 헐리우드 선물가게 점원이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해 이 사건을 처음 인터넷에 알렸다. 뉴스위크가 취재를 끝내놓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는 사정도 알려졌다.

“클린턴-르윈스키 사건은 저널리즘 운영의 근본을 변화시켰다. 만약 전통적인 미디어가 어떤 이야기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면 로스엔젤레스의 한 아파트에 앉아있는 개인이 할 수 있게 됐다. 독립검사 케네스 스타가 44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의회 웹 사이트에 올렸을 때, 보고서가 배포된 지 48시간 동안 2천만명이 이 보고서를 내려 받아 읽었다. 스타 보고서는 웹에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지만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어려운 과제를 안겨줬다.”

그해 타임은 매트 드러지를 세상을 움직이는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드러지는 “이제 모뎀을 가진 누구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적할 수 있고 또 보도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중간자도 빅 브라더도 없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2003년 5월 드러지 리포트는 하루 640만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그가 이 사이트 운영에 들인 비용은 컴퓨터 한 대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전부였다.

그러나 올드 미디어의 변화는 더뎠다. 뉴욕타임즈 발행인인 아서 설츠버거는 “뉴욕타임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신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기회를 제공할 때 뛰어들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면서 “현재로서는 나는 아주 많은 돈을 잃는 많은 방법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의 미래가 없다는 건 명확했지만 온라인에서 수익모델 또한 모호하고 암담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엘리엇 킹 미국 로욜라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쓴 ‘무료뉴스’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저널리즘 양식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고찰한 책이다. 킹 교수는 특히 온라인 뉴스가 뉴스 생산과 이용의 민주적인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고든다. 킹 교수는 “언론 자유의 철학의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는 진실이 다양한 의사 표현을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고 온라인 저널리즘은 이런 믿음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지만 아직 이런 믿음이 완전히 구현된 것은 아니다. “주요 뉴스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고 온라인 저널리즘이 이미 공공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뉴스의 영향력은 주류 언론의 확성기 역할을 통해 이뤄진다. 아직까지 주류 언론에 의해 선택된 뉴스만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 먼저 보도된 뉴스가 확성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블로그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01년 9·11 테러 때였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가 24시간 내내 사건을 보도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샌프란시스코이그재미너의 칼럼리스트 제프 자비스는 사건이 일어나던 그날 쌍둥이 빌딩의 구덩이 속에 갇혀있었다. 그가 블로그를 개설하자마자 다른 블로거들이 링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우 훌륭한 대화에 참여한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100개 미만이던 블로그가 2002년에는 50만 개로 불어났다. 테크노라티에 따르면 2004년에는 7.2초마다 하나의 블로그가 생겨나 하루 1만2000개 씩 늘어났다. 2004년에는 400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생겨났다. 2005년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마이클 욘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 위해 한달 체류 일정으로 이라크에 건너갔다가 3년을 머물면서 블로그에 자극적이고 생생한 글을 올렸다. 어느 다른 저널리스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라크에서 보냈다.

블로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주류 언론과 충돌을 빚는 일도 늘어났다. CBS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기간에 텍사스 방위군에 복무하면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폭로성 보도를 했는데 보수 성향의 블로그 프리리퍼블릭이 의문을 제기했고 CBS의 앵커 댄 래더를 비난하는 래더게이트닷컴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CBS가 입수한 문건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래더는 책임을 지고 은퇴했다.

상원의원 트렌트 로트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논란이 된 적 있었다. ABC만 이를 잠깐 보도했는데 전직 저널리스트 조지 미카 마셜이 운영하는 블로그 토킹포인츠메모가 이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블로거들은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자들을 비판했고 주류 언론도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로트는 결국 사임했다. 블로거들이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살려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과물을 도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ABC 기자 출신의 피어 샐린저가 미국 해군이 실수로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지만 샐린저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NN도 같은 문건을 확보했지만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블로그 초창기에 명성을 드높였던 드러지 리포트는 이런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퍼뜨리는 걸로 악명이 높다.

킹 교수는 “저널리즘에서 블로그의 풍부한 가능성은 단순히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 교환을 가능하게 하면서 나아가 공공의제를 형성하는 능력을 넘어선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블로거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뉴스 매체가 발견할 수 없는 전국적인 이슈를 찾아낼 수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에 운동 방식을 저널리즘에 적용함으로써 블로그 커뮤니티가 전통적인 뉴스 매체보다 더 나은 보도를 할 수 있었다.”

“블로고스피어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부상하면서 많은 학자들은 블로그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지배해 온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인식했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상호 결합된 상태를 반영했다. 인터넷에서는 저널리스트와 전문가, 유명인사, 비평가,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얻어낸 취재보도, 정보수집, 개인적인 발언 등을 결합한 새로운 양식이 가능했다.”

공상과학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지적도 흥미롭다. “뉴스는 믿을 수 없고 요란하고 화려하기만 하고 또 품질보증도 없이 판매되고 있다.” 크라이튼이 말하는 주류 언론이 몰락하는 요인은 첫째, 소비자들이 더욱 더 높은 정보의 질을 요구하고 있고, 둘째, 테크놀로지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접근을 제공하고 있으며, 셋째, 전통적인 미디어의 정보 독점이 깨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널리스트가 뉴스를 생산하고 공중이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올드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콘텐츠와 조직, 비즈니스 모델을 추종하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킹 교수의 분석이다.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콘텐츠의 혁신과 차별화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는 절박한 문제의식이 필요할 때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언론학과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저널리즘이 더 이상 시장에서 단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회사의 독점물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면서 “미래의 저널리즘은 다수의 모델 아래 여러 동기들을 가진 다수의 주체들이 결합한 생태계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뉴스 회사는 아주 거대한 뉴스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무료 뉴스 / 엘리엇 킹 지음 / 김대경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