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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하락 지속, 전세값도 안전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을 경고해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수출 여건 악화와 내수경기 부진, 가계부채 누증 등의 영향으로 신용위험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해 6월 말 0.78%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만 2010년 이후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조8000억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했다.

한은은 특히 “향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시장 참가자의 심리 위축, 미분양 주택 누적, 주택 주 수요계층의 인구 감소 등 하방 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들에게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차주들은 대출 상환을 위해 주택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어 주택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첫째,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3만호에 육박,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평형이 60% 수준으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분양 대형 아파트의 절반 정도는 실제로 주택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다.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에 지정된 대규모 택지지구의 주택 준공이 계속될 예정이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둘째, 인구 고령화도 중요한 변수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주택 수요 주 연령층인 35~54세 인구 비중이 이미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구원 3인 이상 가구 비중도 2000년 68.9%에서 2010년 56.0%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대형 아파트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은 이미 2011년부터 인구의 순유출이 시작됐고 향후 세종시와 지방혁신도시 등으로 인구 유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금융-실물간 연계도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12년 3월말 기준으로 LTV(담보가치인정비율) 규제 상한 60%를 초과하는 대출 중 이자만 납입하고 있어 만기 연장을 할 경우 원금 중 일부를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대출이 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해 주택 가격이 20% 하락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이 금액이 93조원으로 늘어날 거라는 게 한은의 예측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전세 보증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충격적이다. 한은은 “전세 보증금에 대한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담보주택 가운데 16% 정도가 전세로 임대 중이며 이 가운데 55% 정도는 전세 보증금이 주택담보대출보다 후순위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추이. 국민은행 자료.)

수도권 주택전세 가격은 지난해 평균 11.0% 오른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1% 올랐다. 전세가격은 한동안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인상이 매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매입을 꺼리는 대기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2009년 초 40% 수준이던 매매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올해 9월 55% 수준으로 높아졌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이 비율이 50~60%인 곳이 조사대상 474개 단지 가운데 183개 단지나 됐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LTV 비율이 71% 수준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평균 48%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 LTV 비율이 80% 이상인 전세주택 비중도 26%에 이르는 상황이라 경매 낙찰가율(2012년 상반기 75%)를 감안하면 낙찰가가 대출액과 전세 보증금 합계액을 하회하는 전세주택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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