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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X파일.

잊는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안원구가 돌아왔다. 그가 누군가.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국장. 이명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2년 전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수형생활을 끝내고 나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잃어버린 퍼즐’에서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적힌 서류를 여러 명이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원구와 함께 이야기해야 할 사람이 한상률이다. 전 국세청 청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를 수사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자백을 끌어낸 사람이다. 안원구의 주장에 따르면 한상률이 정권의 실세에 줄을 대려면 10억원이 필요한데 그 중에 3억원을 안원구에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안원구는 그 실세가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년 전 구속되기 직전 안원구는 국세청 고위 간부가 자신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안원구는 청와대가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불지 않으면 우리가 다 죽는다, 어쩔 수 없다”는 기업 관계자들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나중에 그림 강매 혐의는 무죄로 입증된다. 안원구는 이 대통령 관련 문건을 월간조선 등에 넘겼으나 기사화되지 않았고 곧바로 구속됐다.

안원구는 2008년 7월 한상률이 자신을 불러 태광실업 베트남 공장 계좌 조사를 도와 달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주변인물을 먼지털이식으로 기획수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상률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일주일에 한두 번 독대를 하고 있다. 이번에 일을 잘 해내면 대통령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해서 당신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겠다.”

실제로 한상률의 뇌물공여 의혹이 드러났을 때 검찰은 그의 해외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년 만에 귀국한 뒤에도 핵심 의혹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불구속 기소에 그쳤고 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상률이 정권 차원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 받는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원구는 검찰이 참고인들과 대질신문 요청을 묵살했고 녹취록 등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안원구는 2007년 국세청 대구청장으로 일하던 무렵 포스코건설을 조사하던 중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 공동명의로 돼 있다가 포스코에 팔았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도곡동 땅을 차명으로 사들인 후 포스코에 압력을 넣어 시세차익을 봤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문제는 이미 정리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안원구는 자신이 대통령을 뒷조사한 인물로 분류돼 퇴진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포스코건설과 무관한 자료였기 때문에 문제를 삼지 않았으나 같이 그 문건을 본 사람이 10여명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로 복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사람이 더 있다는 이야기다. “세무조사와는 관계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 직원들은 다 봤다”는 대구지방국세청 직원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아이러니한 건 한상률과 안원구, 각각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알고 있던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이다. 한 사람은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고 한 사람은 감옥에 다녀와야 했다. 그러나 진실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 노 전 대통령의 기획수사 의혹과 이 대통령의 BBK 의혹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저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외치리라.” 이명박 정부의 막바지, 언론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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