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가지고 써라, 그것만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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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가지고 써라. 그것만이 진실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언론 보도를 돌아보면 과연 피로 쓴 진실된 글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는 삭제되거나 축소됐고 비판·고발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방송이 미뤄지기도 했다. 기자들과 PD들이 징계를 받고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특종 보도가 누락되는 일도 많았다. 해직 기자들과 해직 PD들도 속출했다. 살아남은 언론인들은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했고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미화하는 기사가 부쩍 늘어났다.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언론인들이 떨치고 일어난 것은 이들이 아직 최소한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으며 진실에 대한 갈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권 말, MBC와 KBS, YTN, 국민일보, 부산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 파업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투쟁의 목표는 조금씩 다르지만 2012년 언론 총파업의 공통된 가치는 편집권 독립과 언론 자유, 그리고 진실 보도다. 이처럼 동시 다발적인 언론사 파업은 우리나라 언론사상 최초다.

13일 기준으로 MBC 노조는 벌써 파업 45일째를 맞는다. KBS 새노조도 파업 9일째에 접어들었다. 두 공영방송사는 각각 김재철 사장과 김인규 사장의 퇴진, 그리고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특히 MBC의 경우 기자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고 보직 간부들까지 파업 참여를 선언하면서 메인 뉴스를 단축하고 드라마 제작과 방영이 중단되는 등 유례없이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낙하산 사장으로 몸살을 앓았던 YTN도 8일부터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배석규 사장 연임 반대와 노종면 전 노조 지부장 등 6명의 해직기자 복직이 요구사항이다. 연합뉴스도 박정찬 사장 연임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역시 편집국 독립이 핵심 요구사항이다. 연합뉴스 노조 설문조사에서는 조합원 83.5%가 정치권력 관련기사에서 공정성 퇴보가 심각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파업에 돌입한 국민일보는 벌써 5개월째, 83일째를 맞는다. 조용기 목사 일가의 퇴진과 편집권 독립이 요구사항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미국 국적인 조민제 사장이 언론사 대표이사를 맡는 건 신문법 위반이라는 유권 해석을 끌어내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공익법인화를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정수장학회를 통해 편집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 부산일보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4년 동안 억눌려 왔던 언론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최근 MBC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기획을 준비하던 PD수첩 PD에게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CBS 라디오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이 시작됐지만 이 정부는 언론을 틀어쥐고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고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불의에 맞서는 바른 언론이 있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하는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있다. 주류 언론의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두둘겨 맞으며 내쫓기고 골방에서 만든 인터넷 팟캐스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은 우리 시민사회가 진실을 강력히 열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에밀 졸라는 1897년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하면서 로로르에 이런 글을 썼다. 권력에 맞서는 언론인들이 곱씹으며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한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이 지하에 묻히면 자라난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한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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