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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사상 최악의 지진이 나던 날 나는 일본 일본 홋카이도에 있었다. 하코다테에 이틀 머물 계획이었지만 하코다테는 그리 넓지 않았다.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트램 패스가 있었지만 어쩐지 아침 일찍 삿포로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 직원에게 하루 남은 트램 패스를 넘겨주고 하코다테를 떠난 게 오전 8시. 중간에 도야코에 들러서 라멘을 먹고 바닷가에서 셀카 찍고 놀았던 게 오후 1시30분. 그리고 한 시간 뒤 지진이 시작됐고 쓰나미가 몰려왔다 .

홋카이도 지역은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내가 묵었던 호텔은 그날 저녁 2층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했다. 내가 서서 사진을 찍었던 그 해안가도 쓰나미에 휩쓸렸다. 내가 타고 왔던 기차는 그날 저녁부터 3일 동안 운행을 중단했다.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일본을 빠져나오면서 안도하는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컸던 건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끔찍한 재앙과 불행의 가능성, 일상의 아슬아슬함 때문이었다.

1억2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우스운 일이다. 다만 평온하고 한가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할까. 마침 돌아오는 비행기 편이 예약돼 있어서 그 아수라장을 훌쩍 떠나올 수 있었지만 어딘가 쓸쓸한 기억과 함께 채무의식 비슷한 게 남았다. (지진과 쓰나미, 원자력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방사능 누출 방지에 목숨을 걸고 나선 원전 노동자들에게는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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