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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유학 가기.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14, 2003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해마다 40명 정도 국비 유학생을 선발한다. 그런 제도가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문, 사회, 이공계를 두루 걸쳐 분야는 관계 없고 나라의 세금으로 외국 대학원에서 석사나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4월말에 공고가 나고 5월과 6월에 2차례의 필기와 면접 시험을 치른다. 1차 시험은 영어나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해당 국가 언어, 듣기와 독해 각각 40문제와 국사 객관식 50문제가 출제된다. 2차는 전공 과목 논술 시험이다.

영어는 평소 TOEFL이나 GRE를 성실하게 준비한 사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국사는 의외로 까다롭다. 세세한 부분에서도 출제되므로 문제은행 형식의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합격자는 1차 시험에서 각 과목 40점 이상 득점자 가운데 고득점자순으로 선발 예정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한 뒤, 2차 시험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기출문제는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에서 볼 수 있다. 문제도 평이한 수준이다. 평균 경쟁률은 4 대 1 정도인데 2003년에는 7 대 1을 기록했다. 합격하면 2~3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는 1만8200달러, 영국은 1만5500파운드, 일본은 185만5400엔 정도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딘가.

지원하려면 학점이 4.5점 만점에 3.6점 이상이 돼야 한다. 출신 대학 총장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문의 : 국제교육진흥원(02-3668-1375)

이밖에도 정보통신부 지원 국비 유학도 듬직하다. 2002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정보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봄과 가을로 나눠 70여명씩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석사나 박사 과정을 다닐 경우 처음 2년동안은 해마다 2만달러, 그 다음 2년동안은 해마다 1만달러씩을 받을 수 있다. 경쟁률은 4 대 1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은 토플이 CBT 기준 250점 이상이면 되고 영국은 IELT로 7.0점 이상, 일본은 일본어능력점수 I급 300점 이상을 맞아야 한다. 학점은 4.5점 만점에 3.6점 이상이 돼야 한다. 연령 제한은 없고 학업 계획서와 교수 추천서 등을 기준으로 선발 예정 인원의 2배수를 선발해 면접 평가와 종합 심의를 거쳐 최종 선발한다. 문의 :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개발단(02-2141-5673)

외국 정부 초청 장학생도 상당히 많다. 일본과 캐나다, 중국, 그리스, 러시아, 루마니아, 멕시코, 베트남, 불가리아, 스위스, 싱가포르, 이스라엘, 이집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해마다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에게 일정 장학금을 지급하고 자기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개 서류전형과 영어 또는 해당국의 언어 시험을 거쳐 장학생을 선발한다. 어학이 왠만큼 뒷받침 되고 성적이 어느 정도만 되면 크게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초청 장학생 같은 경우는 2004년에 인문계 70명, 자연계 50명을 선발할 계획인데 2년동안 학교 등록금은 물론이고 달마다 18만300엔의 학비를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왕복 항공권, 2만5천엔의 초기 정착금, 등록금, 기숙사와 의료비까지 지원된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35세 미만이면 되고 200점 만점의 일본어 시험과 100점 만점의 영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77년부터 2002년까지 국비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모두 1752명에 이른다. 서울대학교 졸업생이 전체의 66%인 1158명, 한국외국어대학교가95명,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각각 81명과 63명씩이다.

이 자료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기껏 국비로 유학까지 보내줬더니 학위 취득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1977년부터 1989년까지 학위 취득률은 95.1%에 이르렀으나 1990년에는 83.3%, 1991년에는 74.5%로 낮아지다가 왠걸, 1998년에는 13.6%, 1999년에는 2.6%로 줄어들었다. 물론 공부가 힘들고 2년만에 학위를 따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때 학위를 따지 못하면 자비를 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국비 유학생에 합격해 학술 특기자로 등록되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대신 학위를 마치면 돌아와 국내 기업에서 5년 이상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제도다. 사실 정부는 학위를 마치고 미국에 눌러사는 국비 유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살펴본 것처럼 국비 유학 시험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경쟁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일찌감치 준비하고 시험을 치른다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다. 게다가 국비로 유학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력이 된다.

국비 유학생이 되는데 실패했다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왠만큼 사는 집이 아니고서야 1년에 5천만원씩 쏟아부으면서 공부를 할만큼 형편이 좋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예 입학 원서를 낼 때부터 장학금 신청을 하면 된다. 장학금을 줄 거면 너네 학교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못가겠다고 분명하게 의사 표시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장학금을 신청하면 입학이 더 어려워진다. 학교 마다 장학금 재원이 정해져 있고 그 범위 안에서만 장학생을 뽑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으면 합격할 학교도 합격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조금 눈높이를 낮춰 학교를 골라 원서를 집어넣되 앞날을 생각해서 지망하는 학과의 순위가 높은 학교를 찾는게 관건이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MIT 등 최상위 학교들은 장학금 신청 여부를 입학 사정 기준에 포함하지 않고 있지만 이 학교들은 장학금과 무관하게 입학이 굉장히 까다로우니 이야기가 또 다르다. 이 정도 학교에 합격했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또 졸업 후 취업을 조건으로 기업체에서 지원을 받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장학금을 받는데 실패했더라도 방법은 또 있다. 장학금 혜택이 많은 몇군데 학교를 골라 장학금 신청을 하고 상황을 봐서 몇군데는 그냥 원서를 집어넣어라. 장학금 신청을 한 학교는 모두 떨어지고 그냥 집어넣은 학교만 몇군데 합격했다면 합격증을 들고 유학생을 지원하는 재단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삼성과 LG, SK, 현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많지는 않지만 얼마정도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탓에 신청자는 거의 없다.

그래도 어렵다면 아예 학비 부담이 덜한 독일이나 프랑스 유학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모든 대학교를 세금으로 운영하는 이들 나라들은 등록금이 30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삯과 책 값, 생활비 정도만 있으면 학위를 마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프랑스는 물가가 워낙 비싸 생활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나마 독일이 프랑스보다는 훨씬 싸다. 베를린 같은 경우는 서울보다 더 적은 생활비로도 버틸 수 있다. 또 공부하기에도 독일에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학제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기초과학부터 시작해서 공학, 심리학, 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분야가 많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1년에 90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독일 유학생들의 경험담을 모아 얼추 계산해보면 독일에서는 1년에 1천만원 안팎이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료 200마르크, 기숙사 방세 300마르크, 책값과 학용품 100마르크, 생활비 300마르크, 용돈과 기타 200마르크. 합계 1100마르크 정도다. 환율 600원 기준으로 한달에 66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학비도 거의 거저고 입학도 쉽지만 공부가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대부분 10학기 과정인데 4학기가 되면 중간 평가를 치러야 한다. 중간 평가를 잘못보면 4학기를 다시 들어야 한다. 또 졸업 논문을 앞두고도 자격 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시험을 합격하더라도 까다로운 논문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담당 교수와 오랜 시간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물론 어차피 작정하고 공부할 생각으로 떠난 유학이니 크게 부담가질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독일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비율이 10%도 안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어학 실력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좋다. 또한 아무래도 미국 유학보다는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독일 유학의 당위성을 뒷받침할만한 전공 선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기가 좋은 의학과 같은 경우는 인원 제한이 있어 입학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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