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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집값을 끌어올릴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0, 2011

공급을 늘려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택 보급률과 자가 점유율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 보급률은 2000년 77.4%에서 지난해 96.7%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왜 집 없는 사람이 이리도 많을까. 자가 점유율은 2000년 40.8%에서 지난해 41.1%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집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한 경우 보다는 기존에 집이 있던 사람들이 추가로 산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집값도 뛰어오를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세 수요와 구매 수요는 분명히 다르다. 전셋값이 오르는 건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기도 하고 전세를 끌어안고 집을 사는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실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상황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저축률이 하락하고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도 줄고 있다. 대출 받아 집 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DTI(총부채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건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스러울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1998년 184조원에서 지난해 795조원,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892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명목 국민총생산은 연 평균 7.3% 늘어났는데 가계부채는 13.0% 늘어난 셈이다.

대우증권 송홍익 연구원은 “결국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했는데 이는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원동력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4년 49.5%에서 2000년 73.3%, 지난해에는 122.5%까지 급증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이야기다.

송 연구원은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부채를 늘릴 수 없다면 소득이라도 늘어나야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 텐데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면서 “소득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기준으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은 364조원,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700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641조원과 2580조원으로 늘어났다. 비율로 보면 1.9배 수준에서 4.0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은 서울이 13.0배, 경기도가 7.0배에 이른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13년 동안 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득의 3분의 1을 저축한다고 해도 40년 가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2억4560만원이지만 30대만 놓고 보면 1억6124만원 밖에 안 된다. 대우증권은 수도권의 경우 가구당 순자산이 3억708만원, 30대 가구는 2억155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가격이 105.6㎡ 기준으로 5억6736만원, 경기도는 3억464만원 정도니까 서울에서는 3억6518만원, 경기도에서도 1억309만원을 대출 받아야 한다.

결국 대출 기준을 크게 완화하지 않는 이상 30대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는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40대 가구의 경우도 전국 기준으로 순자산이 2억4419만원, 수도권 지역은 2억6213만원 정도다. 역시 상당한 대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PIR이 5배 안팎이었던 10여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 소득 수준은 그때보다 더 열악하다. 특히 30대와 40대의 구매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거철마다 나왔던 부동산 대책도 내년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20~40대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할 텐데 과거와 같은 부동산 부양 정책은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2040세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전·월세 가격을 제어하기 위한 주택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집값 하락이 계속될 거라는 근거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빚 내서 집 사는 사람이 늘어날 수가 없고 둘째, 물가 상승과 저축률 하락,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소득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2040세대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라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 보다는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끝나간다는 신호가 여러 경로로 감지되고 있지만 전셋값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전세와 매매 비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과거 고점이 서울은 58.7%, 경기도는 63.9%인데 현재는 각각 47.2%와 52.4%로 낮은 편이다. 결국 한동안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거나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지 않는 이상 전세 기근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다.

대우증권은 이례적으로 “최소 향후 5년 동안은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우증권은 “집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집값이 계속 오르길 원하겠지만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생산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2040세대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 2030년을 바라보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7 대책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보수 기득권 세력을 달래려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별반 새로울 게 없고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미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이제 대출을 늘려주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 대세 하락이 시작됐고 이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나온 상황이다.

동양증권 정상협 연구원도 “센티멘트(심리) 개선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되는 주택 가격과 실제 소비자들이 사고자 하는 가격의 괴리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양도차익 기대감이 클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들이지만 시장이 계속 횡보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상황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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