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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스의 길, 멀고도 험하다.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16, 2003

돈을 벌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독을 품어야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럴듯한 술집이나 하나 차려서 놀고 먹는게 꿈이었던 서동욱씨는 지난해 드디어 꿈을 이뤘다. 그러나 생맥주집을 하나 내기는 했지만 사장이랍시고 놀고 먹는 건 결코 아니다. 서동욱씨는 이른바 투잡스족이다. 낮에는 정보기술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나면 생맥주집 사장으로 변신한다. 퇴근해서 곧바로 가게에 도착하면 한창 바쁠 때인 저녁 여덟시에서 아홉시. 이때부터 새벽 두세시까지 줄창 일을 하다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네시. 잠깐 눈을 붙이고 일곱시면 다시 출근을 서둘러야 한다. 놀고 먹기는커녕 하루 세시간도 못자고 이게 왠 고생이냐 싶다. 어디서나 틈만 나면 조금씩 눈을 붙이지만 늘 잠이 부족하다.

“투잡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정말 사람할 짓이 못됩니다. 막상 뛰어들려고 보면 뭘 할까 마땅치 않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도 몸이 힘들어 왠만큼 돈독이 오르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할 겁니다.”

투잡스족, 서동욱씨는 너스레를 떤다. 그도 그럴 것이 몸 피곤한 건 둘째치고 회사에서 꾸벅꾸벅 졸다보면 눈치도 보이고 이래저래 남는 시간도 전혀 없다. 야근이라도 닥치면 가게 걱정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인간 관계도 하나둘씩 끊기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도 신바람이 났다. 생맥주집은 인건비와 재료비, 기타 고정 비용을 모두 빼고도 남는 이익이 매출의 40%를 넘어선다. 서동욱씨 가게의 경우는 한달에 1천만원 가까이 고스란히 순이익이 남는다. 그야말로 돈을 긁어들이는 재미에 요즘 서동욱씨는 피곤함을 잊는다.

그나마 아내가 듬직하게 버텨주니 이 짓도 할 수 있다. 음식점이나 다른 가게와 달리 생맥주집은 저녁 나절에만 잠깐 문을 열면 되니까 투잡스로는 정말 딱이다. 생맥주집이라지만 퇴폐적이거나 음침하지는 않다. 인테리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서동욱씨의 생맥주집은 오히려 밝고 즐겁고 기운이 펄펄 넘치는 젊은 공간이다. 아내도 가게 일을 즐거워 한다.

생각 같아서는 회사를 아예 그만두고 이 길로 나설까 싶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회사 일도 재미있다. 게다가 아직 꿈도 있다. 서동욱씨는 이 생맥주집이 잘 돼서 돈을 어느 정도 모으면 직접 정보기술 아이템을 잡아 창업을 할 생각이다. 벤처 거품은 썰렁하게 꺼졌지만 아이템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밤늦게까지 북적거리는 손님들을 보면 그 꿈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만 하다.

서동욱씨는 올해 서른 다섯살이다. 10여년의 직장 생활 동안 모아둔 돈이 있으니 2억원 가까이 쏟아부어 선뜻 생맥주집을 차릴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사실 20대 직장인이라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굳이 생맥주집이 아니라도 투잡스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자기가 즐기는 일을 아르바이트 삼아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스키를 좋아하고 잘 탄다면 밤과 주말을 이용해 스키 강사로 나서는 건 어떨까. 대한스키지도자협회에서 발급하는 스키 강사 자격증도 따면 손쉽다. 한사람 놓고 가르치면 4시간에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평일 밤에는 20만원, 휴일이면 100만원까지 벌 수 있다. 겨울 한철을 지내고 나면 왠만한 월급쟁이 연봉만큼은 번다. 이 정도면 어찌 투잡스를 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대한스키지도자연맹에서는 해마다 2월말 정도에 스키강사 자격시험을 치른다. 신체 건강하고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이상이면 누구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먼저 준지도자 자격 시험을 합격하면 2년 뒤에 정지도자 자격 시험을 볼 수 있다. 자격증을 따면 스키 가게 등에 부지런히 명함을 뿌려두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스키도 못타고 가진 건 튼튼한 몸 하나, 할줄 아는 건 운전 밖에 없다면 밤 시간에 대리 운전을 해보면 어떨까. 만만찮은 일이지만 그야말로 아르바이트 아닌가. 눈 딱 감고 버티는만큼 돈이 들어온다.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나갈 때마다 보통 2만원 정도 받는다.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나가면 4~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차를 몰고 손님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나면 돌아올 때는 택시나 버스, 지하철 등을 타고 와야한다. 다행이 다음 일거리하고 거리가 맞는 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다.

이래 저래 택시비 등으로 빠져 나가고 한번 주문을 받을 때마다 회사에 5천원씩을 따로 떼줘야 한다. 그렇게 저녁 10시부터 새벽 2~3시까지 대여섯탕 뛰고 나면 어렵사리 하루 5만원 정도 남는다. 꾸준히 모으면 그나마 한달에 100만원 벌이는 된다. 돈 벌이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대리운전이 고달파 보이는가.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생각해 보자. 그나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투잡스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 사업이다. 간단히 사업자 등록만 내면 되고 개설 비용이나 유지 비용이나 크게 돈들 일도 없다.

올해 스물여섯살의 우체부 신현철씨는 퇴근하고 나면 인터넷 쇼핑몰의 사장이 된다. 만들기도 쉽다. 신현철씨는 소호마트(www.sohomart.co.kr)에서 쇼핑몰을 하나 임대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모두 13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여기서 판매되는 상품이 무려 4만5천가지나 된다.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제품을 진열하고 물건이 판매되는만큼 판매 수익의 일부를 나누기로 계약을 맺으면 된다.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고 소개비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기하게도 내가 만든 사이트에서 내가 물건을 사도 수익금이 남는다. 친구들과 친척들까지 아름아름 끌어들이면 그만큼 매출이 부쩍 늘어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컴맹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신현철씨가 인터넷으로 돈을 벌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인터넷 쇼핑몰은 신현철씨처럼 그야말로 인터넷 검색 정도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인맥이 넓으면 그만큼 훨씬 유리하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헌책을 인터넷에서 팔겠다는 생각을 한 고물북(www.gomulbook.com)의 사장은 놀랍게도 고등학생이다. 올해 열아홉살인 이부호씨는 문화관광부 주최 청소년 벤처 창업 게임에서 이 아이디어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헌책을 쌓아놓고 판매하기 보다는 헌책을 팔 사람과 살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애들 장난 같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앞으로 지켜볼 회사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 전문가가 아니라도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난리 법석을 피울 필요도 없다. 신현철씨가 입주해 있는 소호마트를 비롯해 와이즈카트(www.wisecart.co.kr)나 인토어(www.intore.com) 등에 가면 아주 싼 가격에 인터넷 쇼핑몰을 뚝딱 만들 수 있다. 한달에 10만원 정도 임대료를 받는 곳도 있다.

당신이 전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면 굳이 몸으로 떼워 고생 고생해가면서 돈을 벌 필요는 없다. 가장 손쉬운 아르바이트 가운데 하나는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평소에 당신의 전문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에 매주 증권 시황을 기고하는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원고지 8매에 10만원을 받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도 1년이면 500만원이 된다.
매체는 정말 밤하늘의 별처럼 많다. 잡지든 신문이든 매체에 실리는 외부 기고는 보통 200자 원고지 1매에 1만원에서 2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글자 하나에 50~100원 정도 한다는 이야기다. 짭짤하지 않은가.

아예 책을 묶어서 내는 방법도 있다. 당신이 저명한 작가가 아니라면 출판 인세는 보통 매출의 10% 정도다. 한권에 1만원 잡고 1만권 정도 팔려준다면 당신에게는 1천만원 정도가 떨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당신의 그런 경험과 전문성은 충분히 출판의 가치가 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글을 좀 쓸 줄 안다면 시나리오나 소설을 써보는 것도 좋다. 씨네21에서 해마다 공모하는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에 응모해서 당선되면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5천만원까지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영화 감독이 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는데, 조감독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발판을 다져서 감독이 되는 수도 있고 영화 아카데미 같은 전문 교육기관을 나와 제작비를 지원받아 감독으로 나서는 수도 있다. 비 전문가들이 그나마 뚫어볼만한 가능성이라면, 먼저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고 난 다음 그 명성에 힘입어 영화감독으로 나서는 방법이다. 영화에 뜻을 두고 있다면 틈틈히 시나리오를 구상해보는 것도 좋다.

소설도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제법 돈이 된다. 언론사마다 주최하는 신춘문예는 당선 상금이 3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현상 문예 공모는 국민일보 문학상의 경우 1억원까지 고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외부 기고든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핵심은 그만큼 삶의 깊이를 갖춰야 한다는데 있다. 당신에게 남다른 경험과 지식과 통찰력, 또는 상상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돈벌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잡스러워 보이지만 자동판매기 사업도 제법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된다. 커피 자동판매기는 이미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너무 잔손이 많이 간다. 그나마 최근에 많이 나가는 건 무인 휴대전화 충전소다. 크게 유지비가 들 일도 없고 자리만 잘 잡으면 착착 돈이 들어오니까 말이다. 자동판매기는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안된다 싶으면 재빨리 장소를 옮기는 게 관건이다.

한대 구입비가 65만원인데 1회 충전 비용이 1천원이고, 고객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20분이다. 자리만 잘 잡으면 한달에 90만원까지 벌린다. 물론 안되는 데는 5만원도 벌기 어렵다. 보통 PC방이나 만화방,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 설치하는데 임대료로 매출의 30% 정도를 떼줘야 한다. 여유 자금으로 몇대를 깔아두면 제법 돈벌이가 된다.

노점상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트럭을 받쳐놓고 오뎅이나 떡볶이를 팔아도 좋고 겨울이라면 군고구마 손수레를 끌어도 좋고 말이다.

학교 앞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1천원짜리 햄버거 손수레는 하루 평균 500개 정도 팔린다고 한다. 창업비용은 기계 구입비 230만원이 전부다. 매출은 하루 50만원, 수익은 50% 정도 된다. 호떡이나 오뎅을 파는 손수레도 비슷하다. 창업 비용은 500만원 정도 든다. 하루 평균 매출액이 30만원 정도, 수익은 19만원 정도 된다. 물론 하루종일 자리잡고 죽치고 있어야 하는 이런 노점상은 투잡스로 하기에는 그리 적당하지 않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노점상이라면 즉석 원두커피 판매 차량을 꼽을 수 있겠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초기 투자 비용이 제법 된다. 먼저 1천만원 정도 주고 트럭을 한대 사고 역시 1천만원 정도 주고 원두커피 기계를 들여놓는 건 기본이다. 이밖에도 인테리어와 물품 구입 등에도 1천만원 넘게 든다.

매출은 어떨까. 커피 한잔에 1500원에서 2500원 정도를 받는데 컵과 커피 등 재료비만 대략 600원 정도 된다. 한잔 팔면 대략 1200원 정도 남는다고 보면 된다. 출퇴근 시간을 노려 잠깐 하루 100잔을 판다고 보면 매출이 20만원 순이익이 12만원 정도 된다. 물론 차량 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얼마되지 않지만 부지런히 뛰면 한달에 150만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 원두커피 노점상은 사람들이 커피 한잔 생각이 날 때 잠깐 동안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다. 군고구마나 오뎅 장수처럼 하루종일 버티고 서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트럭을 타고 다니니까 여차하면 재빨리 자리를 뜨거나 잘 팔리는 곳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고달프기는 하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직장인들도 얼마든지 아르바이트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널려 있다. 물론 손쉬운 돈벌이는 세상에 없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다만 주의해라. 거꾸로 돈에 먹히지 않도록. 당신은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돈을 버는게 마지막 목적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싶은가 늘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 돈을 벌고 다른 모든 것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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