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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주코티 공원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젝은 지난 9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한 달 가까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맨해튼 남부 주코티 공원을 찾아 19분 가까이 거리 연설을 했다. 마이크도 없이 단상에 올라 선 지젝이 선창을 하면 사람들이 이를 따라 외치는 방식이었다. 지젝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지젝은 “그들은 우리 모두를 패배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진정한 패배자들은 월스트리트에 앉아 있는 바로 그들”이라면서 “우리는 어떠한 것도 파괴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체제가 어떻게 스스로 파괴되고 있는지를 목도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지젝은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공동의 것(the commons)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젝은 공산주의 시절의 농담을 인용했다.

시베리아로 끌려간 남자가 있었다. 그는 그의 편지가 검열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고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보낸 편지가 파란 잉크로 적혀있다면 거기 적힌 내용이 사실이지만 빨간 잉크로 적혀 있다면 거짓이다.” 한 달 후 편지가 왔다. 파란색 잉크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기에서 모든 게 훌륭하다. 가게에는 좋은 음식들이 가득 차 있고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다. 아파트는 크고 호화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살 수 없는 유일한 물건이 빨간 잉크다.”

지젝은 말한다. “지금 여러분이 할 일은 우리에게 빨간 잉크를 나눠주는 일이다. 뭐가 잘못됐는지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가 마주쳐야만 하는 진정 어려운 질문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다.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혼은 끝났다. 변화는 가능하다.”

지젝은 “지배체제는 우리가 꿈꿀 능력마저 억압해왔다”면서 “소행성의 충돌 등으로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건 쉽지만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젝은 “공산주의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공공의 것’이 갖는 가치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지젝은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그것을 진짜로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여러분들이 갈망하는 것을 진짜로 원하게 되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Slavoj Zizek: “We Are The Awakening” – Occupy Wall Street Talk from The New Significance on Vimeo

황정규님이 전문을 번역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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