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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11, 2011

[인터뷰]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감시·검열로 여론 통제하던 시대 끝났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하는 ‘나는 꼼수다’.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는 꼼수다’를 겨냥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규제하려 한다는 의혹이 나돌아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인터넷 방송은 웬만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규제하는데 인터넷 방송은 그냥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소통 방식이 등장하면서 정부의 규제와 검열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오랫 동안 표현의 자유와 통신 분쟁 이슈를 다뤄왔다. 김 변호사는 “‘나는 꼼수다’도 넓은 의미의 브로드캐스팅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도 “방송심의의 기준을 그대로 통신심의에 확대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공공성(공정성이 아니라)을 담보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남겨두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일문일답.

–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았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국내 서비스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었고 한때 유튜브를 차단하려 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처음에 만든 취지는 이해한다. 오죽하면 만들었겠나. 인터넷 초창기에만 해도 인신공격도 많고 지저분한 글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촌스러운 제도가 돼 버렸다. 국내 서비스에만 적용되고 해외 서비스는 아예 손을 댈 수도 없고. 한 마디로 유명무실하게 된 거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정부도 인터넷 실명제가 낡은 제도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 같은 해외 서비스도 차단하지 않기로 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실명제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하기도 했고 소셜 댓글도 허용하기로 했다. 국민들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다.”

– 그렇다면 폐지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게. 왜 껍데기만 남은 인터넷 실명제를 고집하는 것일까.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를 안 지키는 해외 서비스들을 몽땅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중국처럼 할 수도 있겠지. 한때 영국이 위키피디아를 차단해서 논란이 됐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 국민들 정서가 그런 걸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해 있기 때문에 엄청난 반발과 비난을 감수해야 할 거다.”

–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지만 폐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건가.
“제도를 남겨두면 언제라도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굳이 찾아서 폐지할 만큼 사회적으로 비판이 거센 상황도 아니고. 제도를 만들기 보다 없애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당장 없기 어렵다면 일몰제도를 도입해서 3년 뒤 5년 뒤에 자동으로 소멸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 선거 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사전 선거운동 제한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선거운동 기간 게시판 실명제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것도 나름 처음에는 필요한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공직선거에 출마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으니까. 돈을 많이 풀수록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던 때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큰 돈이 안 들면서도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잘못된 정보가 바로 잡히는 속도도 빨라졌다. 온라인의 자정의 힘을 믿어 보면 어떨까.”

– 사전선거운동 제한을 없애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상시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아마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선거법 규제는 저작권법과 비슷한 것 같다. 저작권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공정한 선거 질서를 만들려고 만든 법이 오히려 정치 참여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보나. 이를 테면 음란물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보나.
“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해외 30대 음란물 사이트들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하나도 안 막혀 있더라. 그런 상황에서 국내 음란물 사이트만 차단한다고 해봤자 실효성이 있나. 애꿎은 블로그들, 레진닷컴 같은 거 차단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 방통심의위에서는 달마다 수천건씩 음란물을 차단하고 있다. 최근 박경신 심의위원의 게시물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차단하는 지금의 방식이 옳은지 의문이다. 방송과 인터넷은 다르다. 방송은 TV를 켜기만 하면 보기 싫어도 보게 되지만 인터넷은 찾아서 보지 않나.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게 맞다고 본다. 왜 국가 권력이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을 쓰나. 그냥 포털 사이트에 맡겨두거나 민간 자율기구에 맡겨두는 게 낫다.”

– 방송심의와 통신심의의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는 풀되 방송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나는 방송 심의도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영화 트루맛쇼 논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방송 심의는 여전히 필요한 것 아닐까. 지금 방통심의위처럼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면서 자기들 입맛대로 방송의 내용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언론권력이 자본과 결합 또는 결탁하는 걸 감시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가권력이나 자본권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감시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 트루맛쇼 관련 방송사들은 아무런 제재도 안 받지 않았나.
“트루맛쇼 만든 감독님, 지금 굶어죽게 생겼다.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을 완전히 끊었다고 하더라. 방통심의위 소위원회에서 맛집 프로그램들 제재 안건이 올라왔는데 오히려 MBC가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더라. 처음에는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리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경고로 낮아졌다.”

– 영화에 나왔던 맛집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케이블을 포함, 모든 방송사의 다른 맛집 프로그램들도 모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본다. 언론연대에서 모든 맛집 프로그램들을 심의해달라고 신청을 했는데 아직 결과는 안 나왔다.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이슈에는 민감하면서 정작 이런 이슈에는 관대한 것 같다. 시청자들을 속이는 일인데. 방송사들도 황당무계하긴 마찬가지다. 어떻게 사과도 안 하나. 그러면서 뻔뻔하게도 파워 블로거들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냈다.”

– 방송 심의에 정치 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만 방송과 자본의 결탁은 막아야 한다, 그런 이야기인가.
“인터넷 심의는 최소화하고 방송 심의는 공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둬야 하는데. 거꾸로 방송 심의의 기준을 인터넷에 갖다 댄다. 그러면서 방송은 애매한 것까지 판단하려고 한다. 방통융합이라고 하면서 방송과 통신의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권력의 판단에 따라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방송은 규제할 부분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 온라인 심의를 최소화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뭔가.
“온라인 심의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제도다. 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난까지 들으면서 인터넷 게시물을 뒤지는지 모르겠다. 방통심의위 입장에서는 필요한 일만 한다면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방송의 지나친 상업성을 규제하고 아동 포르노를 처벌하고 등등 국민들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규제만 하면 된다. 인터넷 게시물의 경우 방통심의위가 하지 않아도 포털이 할 일은 한다. 명예훼손의 경우 포털도 책임이 있으니까. 그런데 왜 정부가 나서서 그런 부담을 지려하는지 모르겠다.”

– 방통심의위도 문제지만 포털의 임시조치도 문제 아닌가. 명예훼손 신고만 들어오면 무조건 게시물을 차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차단되는 게시물이 달마다 1만건이 넘는다.
“임시조치 제도는 문제가 많다. 이런 제도가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포털 입장에서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을 하면 안 되도록 돼 있다. 판단을 하는 순간 모니터링이 되니까. 차라리 형식적인 조치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국가에서 획일적으로 임시조치를 제도화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본다. 디씨인사이드나 루리웹 같은 경우는 막 지워도 아무 말 안 하지 않나. 에잇 또 지웠네, 그러면서 다들 받아들이지 않나. 네이버나 다음이나 다들 각각의 사이트에 맞는 임시조치 수준을 정하면 될 것 같다. 임시조치도 문제지만 임시조치를 당한 뒤 이의신청이나 복구 절차를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추세다. 지상파는 지상파라서 규제하고 인터넷은 인터넷이니까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앞으로도 먹힐까.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주문형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유선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컷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그래서 방송 규제를 점점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인터넷 규제도 줄이고 방송도 그쪽으로 가자는 거다. 최소한의 기준은 공공성이다. 공정성이 아니라. 미국은 표현의 자유는 발달돼 있지만 방송이 자본과 결합하면서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아예 사라졌다. 미국에서 배울 건 배우고 나쁜 건 버려야 되는데 그 반대로 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 방통심의위가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방통심의위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심의하겠다고 나서서 논란이 됐다. ‘나는 꼼수다’를 제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나는 꼼수다’를 방송으로 보고 방송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나는 꼼수다’는 방송과는 다른 의미의 선택적 브로드캐스팅이다. 그러나 규제가 동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기준을 인터넷으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돼야 한다고 본다.”

– 방통심의위의 지배구조를 바꾸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심의위원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라고 본다. 지금은 심의위원 9명 가운데 6명을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입장이 엇갈릴 수밖에 없고 무조건 6 대 3으로 결론이 난다. 이게 무슨 가르마 타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차라리 심의위원을 100명으로 늘리면 어떨까. 100명이 돌아가면서 심의를 하게 하는 거다. 그러면 정치 심의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처럼 형식적인 편 가르기는 하기 어려울 테니까.”

– 기술은 발전하는데 낡은 제도가 변화를 가로막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 의식은 성숙했는데 국가 권력은 여전히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인터넷 실명제처럼 유명무실한 제도도 있고 방통심의위처럼 구시대적인 검열기구도 남아있다. 무엇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멍청하지 않다, 그런 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지난 몇 년 사이 일어난 변화를 생각해 봐라. 월드컵 거리 응원이 촛불집회로 발전하고 희망버스로 발전한 걸 봐라. 시민들 의식과 소통의 문화가 성숙하고 있다. 정책이나 규제가 그런 변화를 못 쫓아가고 있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너무 건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실명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요즘은 악플이 달리면 너 이게 뭐니, 다른 사용자들이 핀잔을 준다. 제도를 바꾸는 투쟁도 중요하지만 이런 낡은 제도를 촌스럽게 만들고 규제를 남발하는 권력자들을 스스로 부끄럽게 만드는 새로운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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