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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공유 자산, 통신 사업자 자의적 차별 안 된다.”

[망 중립성 토론회] “비용 전가에 앞서 무제한 정액제 폐지가 우선”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설비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나. 무임 승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망 중립성 논쟁이 시작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 통신 사업자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뿐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1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컨퍼런스는 인터넷 기업들이 모여 만든 오픈인터넷협의회 출범 기념 행사였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발제자들은 “인터넷 트래픽은 내용과 유형, 서비스, 단말기 종류, 발신자, 수신자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하며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KT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통신 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투자 설비 여력이 한계를 맞고 있다”면서 “망 중립성 논쟁의 명암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강한 이견을 드러냈다.

구글에서 온 로스 라쥬네스는 “콘텐츠 접근에 게이트 키핑은 있을 수 없으며 망 중립성의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프의 스티븐 콜린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콘텐츠 차단이 늘어나고 이용자 경험이 제한돼 디지털 격차(divide)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후에서 온 쿡 유창도 “인터넷의 개방성은 훼손되기 쉬운 구조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 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상무는 “사전 규제를 도입해 개별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식은 동의하지 않지만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수익 기반을 위협하는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네트워크 비용을 회수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량에 기반한 과금이나 종량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 논쟁의 핵심은 결국 늘어난 네트워크 설비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있다. 통신 사업자들이 스카이프나 유튜브, 또는 개방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차단하면서 촉발된 논쟁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통신 사업자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특정 서비스의 공급을 차단한다면 불공정한 차별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의 자산인 네트워크를 소수의 과점 사업자들이 사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무임 승차라는 표현 자체를 부정한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경우 통신 사업자들에게 연간 수백억원의 회선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오히려 통신 사업자들의 이런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 덕분에 데이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추가 과금을 할 경우 신생 사업자들에게 진입 장벽이 될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자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리미엄 망에 대한 입장도 크게 엇갈린다. 통신 사업자들은 일반 서비스보다 나은 품질의 프리미엄 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프리미엄 망에만 설비투자가 집중돼 일반 망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프리미엄 망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일반 망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통신 사업자들에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김 상무는 “우리나라 통신 시장은 효과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선택권을 갖고 있다”면서 “통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 이사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는 종량제 방식인데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무제한 정액제”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마케팅 실패를 엉뚱하게 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구글 라쥬네스는 “통신 사업자들은 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엄살을 떤다”면서 “그러나 언제까지나 낡은 네트워크와 기술로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쥬네스는 “미래를 포용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이사는 “비용 분담을 논의하기에 앞서 네트워크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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