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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투자, 위험천만하지만 매력적인 머니게임.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26, 2003

동전 던지기를 생각해보자.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딱 50%다. 물론 10번을 던져서 10번 모두 앞면이 나올 수도 있고 모두 뒷면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동전을 100만번 던진다면 앞면은 얼추 50만번 가까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동전 던지기 내기를 하면 한두번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겠지만 100만번씩이나 내기를 한다면 결국 비슷하게 이기고 비슷하게 지게 된다. 1만원 내기의 기대수익과 기대손실은 모두 5천원이다.

만약 확률을 조금만 높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앞면이 나올 확률이 51%라면 앞면에 걸었을 때 기대수익은 5100원, 기대손실은 4900원이 된다. 한번 내기를 할 때마다 100원씩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기를 100번하면 수익률은 100%, 수익은 1만원이 된다. 1%의 확실한 확률만 있어도 수익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선물 투자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시장이 망가지면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망가진다. 둘러보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꽤만 많은 것 같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피 같은 돈을 주식에 쏟아붓고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다. 복권 당첨을 기다리듯 주가가 오르기를 마냥 기다릴뿐이다. “요즘 주식이 좋다던데.” 생각없이 덤벼드는 사람들 정말 도시락 싸서 쫓아다니면서 말려야 한다. 주식으로 돈벌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선물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물을 들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 아무리 망가져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오르면 오르는대로 선물은 돈을 벌어준다.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先物, futures)은 그야말로 선물(膳物, present)이다. 선물 투자는 위험천만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머니 게임이다. 주식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 기다리는 천수답이라면 선물은 이길 확률이 많은 동전 던지기다.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벌 때가 조금 더 많고 오래 버티기만 하면 이익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서 잠깐 선물의 기본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쌀 한가마니가 20만원인데 한달 뒤에는 쌀 값이 크게 오를 것 같다고 하자. 그럴 땐 미리 쌀을 사두면 돈을 벌 수 있다. 당장 돈도 없고 쌀을 사도 쌓아둘 데가 마땅치 않다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땐 적당히 계약금을 걸고 한달 뒤에 한 가마니에 20만원씩 주고 쌀을 사겠다는 계약을 맺으면 된다. 한달 뒤에 쌀 값이 한 가마니에 25만원까지 오르면 당신은 한 가마니에 5만원씩 챙길 수 있다. 20만원에 사서 25만원에 팔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쌀 값이 떨어질 것 같을 때는 어떻게 할까. 거꾸로 하면 된다. 쌀 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서 한달 뒤에 쌀 한 가마니를 20만원에 팔겠다는 계약을 맺으면 된다. 쌀 값이 한 가마니에 15만원으로 떨어지면 당신은 한 가마니에 5만원씩 챙길 수 있다. 15만원에 사서 20만원에 팔면 되니까 말이다.

선물의 기본 개념은 그렇게 간단하다.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거라고 미리 내다볼 수 있으면 선물을 사거나 팔면 된다. 예측이 맞으면 돈을 번다. 주식은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벌 수 있지만 선물은 주가가 빠져도 돈을 벌 수 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가. 그럼 선물을 사면 된다. 주가가 빠질 것 같은가. 그럼 선물을 팔면 된다.

선물 투자는 그래서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다만 동전은 아무래도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딱 절반씩이지만 선물 투자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크게 욕심을 낼 것도 없다. 1%의 확실한 확률만 있으면 충분하다.

잠깐, 깜짝 놀랄만한 표를 하나 살펴보자. 전업투자자 조봉제씨의 지난 1년간 선물 투자 성적표다. 2002년 7월 1억원이 1년 뒤인 2003년 8월 딱 네배로 불어났다. 달마다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이익은 꾸준히 쌓이고 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늘어난다.

조봉제씨는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의 이른바 재야 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낸다. 물론 그 시스템의 원칙을 모두 털어놓지는 않지만 핵심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확실한 1%를 찾는 원칙은 간단하다. 이를 테면 월초 효과를 생각해보자. 달마다 1일은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월말이면 여기저기서 돈을 빼나갔다가 월초가 되면 다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데 실제로 그럴까. 과거 선물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42개월동안 28개월이 1일 주가가 올랐다. 무려 66.7%의 확률이다. 만약 1천만원을 집어넣고 달마다 1일 아침 9시에 선물을 1계약 사들였다가 오후 3시에 내다판다면 그것만으로도 137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놀랍지 않은가. 주가가 왜 이런 규칙을 따를까. 투자자들의 심리라든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규칙이 맞아 떨어지고, 실제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준다는데 있다.

간단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밀고 나갈 뚝심과 최소한의 기본 투자자금만 있으면 충분하다. 과거의 수많은 데이터에 여러 아이디어를 집어넣어봐라. 과거에 수익을 냈다면 앞으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수익 대비 위험의 비율이나 최대 손실, 최대 연속손실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신기한 통계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보자. 보통 금요일이 되면 주말에 무슨 일이 터질까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투자자들은 일단 주식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별일이 없으면 월요일 아침에 그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월요일 아침 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한주의 움직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월요일 아침 시초가가 금요일 종가보다 높으면 그날은 무조건 오른다, 낮으면 무조건 떨어진다”는 가정을 세워보자.

조건 :
금요일 오후 끝난 가격과 월요일 아침 시작한 가격을 비교한다.
월요일 시작한 가격이 더 높으면 사고 더 낮으면 판다.
월요일 오후 마지막 가격에 털고 빠져 나온다.

이 조건을 과거 데이터에 집어넣고 돌려봤다. 2000년 1월부터 2003 5월까지 모두 204일의 일요일과 공휴일을 살펴봤더니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손절매 기준을 안줬을 때)
총 거래회수 : 204회.
이익난 거래회수 : 116회.
손실난 거래회수 : 88회.
승률 : 56.8%
총이익금 : 182.75포인트, 9137만5천원.
총손실금 : 119.8포인트, 5990만원.
순이익금 : 3147만5천원.

투자원금을 1천만원으로 잡고 한번 거래할 때마다 평균 이익거래 금액은 78만8천원, 평균 손익거래 금액은 71만3천원으로 나왔다. 최대 이익금액은 310만원, 최대 손실금액은 302만5천원이다. 3년 반 동안 수익률이 300%가 넘는다.

만약 여기에다 손절매 조건을 덧붙인다면 수익은 훨씬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손절매 기준을 50만원으로 주고 계산을 다시 해봤다. 손해가 50만원까지 늘어나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무조건 털고 나오라는 이야기다.

(손절매 기준을 줬을 때, 손절매 기준 50만원)
총 거래회수 : 204회.
이익난 거래회수 : 109회.
손실난 거래회수 : 95회.
승률 : 53.4%
총이익금 : 176.65포인트, 8832만5천원.
총손실금 : 85포인트, 4250만원.
순이익금 : 4582만5천원.

이제 평균 이익거래 금액은 81만원, 평균 손실거래 금액은 44만7천원이 된다. 최대 이익금액은 310만원이지만 최대 손실금액은 50만원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번 거래할 때마다 평균 기대수익은 22만5천원이 된다.

승률을 눈여겨 보자. 53.4%. 50%를 넘어선 +3.4%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리하면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벌 때 크게 벌고 잃을 때 적게 잃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익률 곡선 그래프)

물론 이 계산에는 수수료와 오차가 빠져 있다. 선물 수수료는 0.08%로 그리 크지 않지만 오차는 중요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 주문을 낸다고 해서 바로 그 가격에 체결되는 건 아니고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처럼 과거의 통계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방금 살펴본 통계 결과는 이러이러한 조건을 놓고 돌려봤더니 과거에 이렇더라, 지난 3년5개월 동안 이렇게 움직여왔더라 하는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방법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찾아내고 과거에 이렇게 움직였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오를 것 같으니까 사자, 떨어질 것 같으니까 팔자, 그런 투자 방법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를 보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 가운데 70% 이상이 이런 시스템 매매를 하고 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변수도 많고 훨씬 복잡한 전략을 세우겠지만 기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그 가운데서 흐름을 찾아내고 흐름에 올라타라는 이야기다.

더 간단한 방법도 있다. 20일 이동평균선을 따라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보다 위에 있으면 아침에 사고 오후에 팔면 된다. 거꾸로 20일 이동평균선 밑에 있으면 아침에 팔고 오후에 사들이면 된다. 20일 이동평균선이란 지난 20일 동안 주가를 평균한 값을 이은 선이다. 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고 있다면 주가가 빠지는 흐름을 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웃돌고 있다면 주가가 오르는 흐름을 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오르는 흐름을 타고 있을 때는 선물을 아침에 샀다가 저녁에 팔아라. 빠지는 흐름을 타고 있을 때는 선물을 아침에 팔았다가 저녁에 사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결과는 정말 놀랍다.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결국 벌 때가 훨씬 많다.

선물 투자에서 기억해야할 준칙은 딱 두가지다. 첫째,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아라. 둘째, 한번에 크게 먹기 보다는 여러번에 나눠 조금씩 나누어 먹어라. 흐름에 가볍게 올라타면 벼락부자가 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더 싸게 살 수 있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결국 원칙을 깨고 때를 놓치게 되고 가능성 없는 어려운 모험에 뛰어 든다.

욕심과 조바심을 버려야 돈을 번다. 잔 파도에 흔들리지 말고 큰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벼락부자의 꿈, 일확천금의 꿈은 그렇게 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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