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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간단 정리.

(지난 목요일 저녁, 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연속 강연회, 하종강 선생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 말씀하신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일단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봉 7천만원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입니다. 50년 된 기업이니 4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가 1년 내내 하루 12시간씩 근무를 하면 그 정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유성기업에 그런 노동자가 한두 명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게 노동조합의 요구입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주간 2교대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2009년 노사 합의를 이룬 바 있습니다.

주야 맞교대를 주간 2교대로 바꾸면 공장 가동시간이 하루 24시간에서 16시간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만큼 임금 감소를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201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사측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노조가 협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협상을 의도적으로 결렬시켜 직장폐쇄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를 배후 조정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현대차는 유성기업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현대차는 파업이 발생해서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한 시간에 10억원씩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불공정 계약입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주간 2교대제 도입 시기를 현대차가 먼저 도입한 뒤 3~4개월 이후로 미루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와 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죠.

ILO(세계노동기구)는 40세 이상 노동자는 야간 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일 수면의학회는 주야 맞교대로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 수명이 13년 이상 짧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1주일 동안 저녁 10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하고 다음 1주일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임금이 깎여도 좋으니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물론 노조가 파업을 하면 사측은 방어수단으로 직장폐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유성기업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도 전에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명백한 위법입니다. 노조는 이런 선제적 직장폐쇄가 노조를 자극해서 불법 파업을 유도하고 노조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 집행부를 무력화시키고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어용 노조를 내세우는 수순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겁니다.

언론이 불법 파업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인 파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첫째, 파업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둘째, 노조가 내세울 수 있는 요구조건이 제한돼 있습니다. 임금 인상이 아닌 다른 정치적인 요구를 내걸면 불법 파업이 됩니다. 셋째, 불법적인 행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파업 전체가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유리창만 깨뜨려도 불법 파업이 되는 거죠. 공장 점거도 불법이고요.

이번에 유성기업은 합법적인 파업 절차를 다 밟았습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되자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했고 중재 중지 결정이 나자 파업 찬반투표를 해서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지노위 신고도 마쳤고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를 불법 파업으로 매도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가들이 왜 유성기업의 파업을 두려워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참고 : 세계 최장 노동시간의 은폐된 진실. (이정환닷컴)
참고 : 일자리 나누기의 당위와 현실, 5가지 문답 풀이.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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