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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벤 브레드포드는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금융 변호사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재능이 부족해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결국 아버지의 바람대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언젠가부터 사랑하는 아내와 거리감이 느껴져서 괴로워하던 벤은 어느 날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채고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가 실랑이 끝에 그를 죽인다. 알고 보니 죽은 남자 게리 서머스 역시 벤처럼 재능 없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였다. 다만 게리는 여전히 모든 걸 쏟아붓고 있고 벤은 오래 전에 포기했을 뿐이다.

(여기서부터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벤은 자수를 할까 자살을 할까 망설이다가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게리의 신분증을 위조한 뒤 친구의 요트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가 게리의 시체 위에 불을 지른 다음 고무보트를 타고 빠져 나와 죽은 것처럼 위장한다. 벤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포기했던 젊은 시절의 꿈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변호사 벤은 죽고 사진작가 게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 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 긴박한 스토리 전개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반전을 끌어내는 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벤은 잘 나가던 변호사로서의 자신의 삶이 껍데기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게리가 된 벤은 뒤늦게 사진작가로 인정을 받지만 유명해질수록 실체가 드러날 위험도 커진다. 읽다보면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되기 어렵다는 걸 예감하게 된다.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니디 지음 /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펴냄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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