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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개혁이 자본 종속 불렀다.”

노무현 정부의 어설픈 개혁 정책이 주주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자본 종속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간 ‘말’은 최근 발간된 7월호, “개혁세력에게 드리는 제언”이라는 기획 기사에서 저투자와 고용 불안,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최근 경제 위기의 실태를 진단하고 IMF 이후 한국 경제의 자본 종속 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IMF 이후 한국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성장성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옮겨갔고 과잉설비의 경제구조는 과소설비의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주주의 이익은 결국 외국계 금융자본의 이익이었고 이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강제한 것도 결국 그들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은 주주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종속을 더욱 심화시켰다.

5월말 기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의 시가 총액은 모두 357조원, 이 가운데 외국인 주주 비중은 43.1%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율이 59.0%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SK텔레콤과 국민은행, 포스코가 각각 49.0%와 75.9%, 68.6%에 이르는 등 웬만한 기업들은 모조리 외국 자본의 수중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중은 헝가리와 핀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이창훈 동원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을 주주 자본주의의 확산에서 찾는다. IMF를 거치면서 기업의 패러다임이 성장 중심에서 단기 수익 중심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5년 뒤,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 올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것인가에 모든 경영목표가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에 밀려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늘어난 이익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경비를 줄이거나 아예 생산 설비를 철수해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도 많다. 실업과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성이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지난 몇년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거둔 사상 최대의 실적이 IMF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 경쟁업체가 사라진데 따른 과점경쟁의 혜택과 그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과점의 혜택은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있고 설비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위기의 본질을 신자유주의와 자본 종속에서 찾는다. 장 교수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금융 자본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본다. 과거 차관이나 대출 형태로 들어왔던 외국 자본이 IMF 이후 주식시장에 파고들면서 직접 기업의 경영권과 지배권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투자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나타났다.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저투자와 저성장, 고용 불안의 악순환을 부추겼다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과잉 투자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금융 자본의 신자유주의와 결탁하면서 설비 투자를 축소하라는 압력을 넣고 결국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채우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주식 투자한도를 100%까지 허용한 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수출은 늘어나지만 내수는 부진하고 대기업은 성장하지만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 자본에 잠식당한 은행은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고 치명적인 가계 부실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급기야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설비 투자 마저도 주주들의 반대로 좌절되는 어처구니 없는 지경까지 왔다.

월간 ‘말’ 7월호에서는 외국 금융 자본의 횡포와 이 같은 자본 종속의 폐해로 신음하는 한국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실태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정책위원의 좌담에서는 1960년대식 종속이론의 오류와 남미와 한국의 차이, 자본 종속의 현 주소와 대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월간 ‘말’, 7월호 예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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