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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의 추억’.

소수는 1보다 큰 자연수 가운데 1과 자신 밖에는 약수를 갖지 않는 수다. 이를 테면 2, 3, 5, 7, 11, 13, 17, 19, 23, 31 따위 말이다.

크리스티안 골드바흐는 어느날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이를 테면 4 = 2 + 2, 6 = 3 + 3, 8 = 3 + 5, 10 = 3 + 7, 12 = 7 + 5, 14 = 7 + 7처럼 말이다. ‘골드바흐의 추측’는 굉장히 큰 짝수에도 들어맞는다. 100 = 53 + 47, 210000 = 17 + 20293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든 짝수가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신은 굉장히 많은 짝수를 계산해볼 수는 있지만 결코 모든 짝수를 다 계산해볼 수는 없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당연히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과연 그런가 하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무도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지 못했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수많은 젊은 수학자들의 재능을 빼앗아갔다.

페트로스 파파크리토스도 그랬다. 골드바흐의 추측과 함께 젊음을 날렸고 빛나는 재능도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누가 나보다 먼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늘 조바심을 냈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그는 게으르고 무능력한데다 쉽게 어울리기 힘든 사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좋다, 증명은 거의 다 끝나간다. 일단 그동안 해놓은 것만 정리해서 내놓자. 나를 무시했던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걸.’

그러나 몇년 앞서 그 이론을 먼저 만들어 낸 다른 젊은 수학자가 있었다. 그는 ‘분할이론’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푸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거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그 이론을 써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먼저 풀어버릴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의 욕심이 결국 그를 잡아삼킨 셈이다.

파파크리토스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증명할 수 없는 명제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라는 게 있다. 참인 명제도 항상 증명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모든 젊음을 쏟아부었던 골드바흐의 추측이 증명할 수 없는 명제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불완전성 원리는 한술 더 떠 증명가능한 명제인지 아닌지는 증명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도 말한다.

어느날 파파크리토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사람들이 빗속을 뚫고 달려가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죽은 뒤였다. 과연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아직까지도 증명되지 않았다.

“우리는 알아야만 하고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Wir mussen wissen, wir werden wissen. Inder Mathematik gibt es kein igonorabimus.) / 데이비드 힐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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