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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200달러짜리 컴퓨터.

200달러짜리 컴퓨터가 뭐 얼마나 대단할까. 영어도 못 알아듣는 택시 기사를 앞세워 앙코르소프트웨어를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짜증부터 앞섰다. 앙코르소프트웨어는 방갈로르에서도 가장 지저분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인도 하드웨어 기업 협회 비니 메타 회장이 잔뜩 추켜세우지만 않았어도 예정에 없던 취재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타 회장은 앙코르소프트웨어를 인도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마침 비아니 데시판드 사장은 영국 출장 중이었고 대신 마크 마르시아스 부사장이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들고 나와 반겨줬다. 아니나 다를까. 심퓨터라는 이름의 이 컴퓨터는 언뜻 어디서나 볼 수 있는 PDA 보다 훨씬 초라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 조그만 컴퓨터에 인도의 미래가 담겨 있었다.

– PDA와 어떻게 다른가. 디자인은 훨씬 뒤져 보이는데.
= 심퓨터는 쉽고(Simple) 비싸지 않으며(Inexpensive) 여러 나라 언어를 지원하는(Multi-lingual) 컴퓨터(comPUTER)라는 뜻이다. PDA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속도와 처리 용량은 PDA의 10배나 된다. 인텔의 200MHz CPU가 장착돼 있고 리눅스 운영체제가 들어 있다. 심퓨터는 지난 1998년의 방갈로르 선언의 산물이다.

– 방갈로르 선언이 뭔가.
= 정보기술이 혁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모은 것이다. 우리가 가진 건 사람 밖에 없다. 후진국이 가난과 착취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정보기술 밖에 없다. 방갈로르 선언은 정보기술 혁명으로 변화를 만들어 보려는 후진국들의 모임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csa.iisc.ernet.in/bangit/bangdec/index.html에 가면 볼 수 있다. 우리는 먼저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쉽고 싸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뜻이 맞은 사람들이 모여 심퓨터 기금을 만들었고 꼬박 2년반의 개발기간을 거쳐 심퓨터는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 심퓨터의 기능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 심퓨터는 개인용 컴퓨터 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선 영어와 힌두어, 타밀어, 칸나어의 네가지 언어를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게다가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쉽게 쓸 수 있도록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을 지원한다. 인도처 럼 문맹이 높은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컴퓨터다. 이렇게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할 줄 아는 컴퓨터를 200달러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심퓨터의 기술을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우리는 심퓨터가 널리 보급돼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 구체적으로 심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 심퓨터는 작지만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다. 우선 공중 인터넷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카드를 활용하면 공중전화를 쓰는 것처럼 하나의 심퓨터를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 농부는 장 보러 가는 길에 들러 추곡 수매가가 얼마인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고 오토릭샤꾼은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들러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심퓨터가 인도의 정보 격차를 크게 줄여놓을 거라고 믿는다. 지켜봐라. 심퓨터는 인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 심퓨터를 만든 기술력은 어디서 나오나. 인도는 하드웨어 기반이 취약하지 않은가.
= 맞다. 그렇지만 심퓨터의 기술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 우리가 냉장고나 텔리비전 따위를 만들 꿈은 꾸지 않는다. 이 작은 컴퓨터 안에는 인도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우리는 냉장고는 만들지 못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만날 때 인도의 경쟁력은 제대로 빛을 발할 것이다. 심퓨터가 증명해 줄 것이다.

글·사진 방갈로르 =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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