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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올리는 베네치아 사진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2, 2010

베네치아는 바다 위에 뜬 물의 도시다. 1805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하기 전까지 베네치아는 독립된 공화국이었다. 과거의 영화를 자랑하듯 낡은 건물 안쪽으로 화려한 대리석 기둥과 벽화가 엿보였다. 베네치아에는 자동차가 없다. 조각조각 118개 섬이 400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고 비좁은 운하를 곤돌라와 모터보트가 떠다닌다. 다리를 건넜는가 싶은데 또 다른 다리가 나타난다. 지도를 잘 보지 않으면 엉뚱한 섬으로 건너가 있기 십상이다.


애초에 바다 위에 말뚝을 박아 세워 올린 도시라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계속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1년에 60번 이상 물이 들어차고 2030년이면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반침하를 늦추기 위해 모터보트의 속도를 제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장화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날씨가 좋았고 물도 들어차지 않았다. 10월 말이었는데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였다.

베네치아에 가면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작정을 하고 크고 좋은 지도를 얻자. 118개의 섬을 다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주요 다리와 트라게토 승강장을 거점으로 종착점을 산마르코 광장으로 하고 대운하를 지그재그로 오가는 노선을 짜면 된다. 길을 잃어도 좋으니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면서 싸고 맛있는 식당을 찾는 재미도 있다.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뒷골목 현지인들이 먹는 식당에서는 10유로 정도에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몇 가지 팁을 소개하자면 굳이 바포레토 승차권을 끊지 말 것. 곤돌라도 돈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면 굳이 욕심내지 말고 그냥 걸어다니는 게 가장 좋다. 운하를 보고 싶으면 운하 한번 건너는데 1유로를 받는 트라게토를 한번씩 타면 된다. 이 곳 호텔은 다들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하니 호텔 보다는 그냥 민박집에 머무르는 게 비용 대비 효과가 클 듯. 시간 여유가 있다면 3박4일쯤 머물면서 무라노섬과 부라노섬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고.

리얄토 다리 위에서 본 대운하.

섬과 섬 사이의 비좁은 수로, 그리고 다리. 이런 다리가 400개나 된다.

베네치아의 집들은 현관이 수로 쪽으로 나 있다. 사람 다니는 길은 뒷문이다.

트라게토에서 본 대운하 건너편 집들. 하나 같이 낡았지만 대운하 주변은 대부분 귀족들이 살던 집이라 가까이서 올려다 보면 번쩍번쩍 화려한 천정 벽화를 엿볼 수 있다.

좁은 골목 중간중간 우물이 있다. 바다 위에서 우물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어디서 물을 끌어오는 것일까. 성수기가 한참 지난 늦가을이라 뒷골목은 꽤나 한적했다.

DSLR 카메라가 낯설어서 사진이 죄다 어둡다. 그나마 다행인 게 베네치아에서는 날씨라도 좋았는데 우중충한 파리에서는 거의 건질 사진이 없다. 햇볕이 너무 강렬했던 스위스에서도 대부분 사진이 노출 조절에 실패했다.

운하를 건네다 주는 트라게토는 한번 타는데 2유로. 베네치아에 오면 다들 바포레토나 곤돌라를 타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괜한데 돈 낭비하지 마시길. 어차피 시내 구경하면서 타게 될 트라게토 서너번으로 충분할 듯. 배를 타고 휙 둘러보는 것보다는 작정하고 많이 걷는 걸 추천.

번화한 대운하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성당 앞에서 류트를 연주하고 있는 음악가.

참고 : 이탈리아 견문록, 첫번째.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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