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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브와 양심 자전거의 차이.

파리에서 부러웠던 것 하나는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 도로였다. 자전거 도로를 길가에 따로 두는 경우도 있만 대부분은 버스 전용차선을 공유하는 형태도 많다. 버스는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적은데다 속도가 느리고 틈틈이 멈춰서기 때문에 일반 차선에 승용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을 때도 자전거는 쏜살같이 거리를 가로 지를 수 있다. 가뜩이나 파리는 지하철이 낙후됐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가 더 빠르다.


파리의 공공 자전거 시스템, 벨리브는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어 다들 알고 있겠지만 직접 보니 정말 부러웠다. 벨리브(Vélib)는 자전거(Vélo)와 자유롭다(libre)는 말의 합성어다. 우리나라 양심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고 무인 관리 시스템이면서 사용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환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벨리브는 일단 모양이 특이해서 훔쳐갈 수가 없다. 무려 150유로, 우리 돈으로 27만원 정도 보증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무단 점유가 불가능하다. 처음 30분은 무료지만 30분이 지나면 1유로, 1시간이 지나면 30분마다 2유로씩을 추가로 내야 한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당연히 빨리 쓰고 빨리 반납을 하게 돼 있다. 물론 보증금은 언제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막연한 양심에 기대기 보다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두루 고려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 자전거의 매력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빌려 쓰고 아무데나 반납하면 된다는데 있다. 벨리브의 경우 30분 이하의 짧은 거리라면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비싼 자전거지만 도난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밖에 나왔다가 집에 끌고 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타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 가격이 400만원에 육박한다는데 3단 기어에 브레이크와 변속 레버, 허브 등이 모두 시마노 제품이라 견고하다.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요란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있고 파리 외곽에 사는 소외계층의 불만이 거세다고도 하고 절도와 파손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도 하지만 시행 2년째, 아직 실패를 단언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발견하는 벨리브 무인 보관소는 부럽기만 했다.

(사진 출처는 위키미디어 커먼즈. 스위스 인터라켄에서는 거의 자전거 한 대 값을 주고 자전거를 빌려 탔는데 큰 기차역에는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도 많더라. 다음에는 스위스 자전거 일주에 도전해 볼까. 아래 링크 참조.)

참고 : 자전거 천국 스위스에서 100km를 누비다. (스위스 에코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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