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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 고속도로 몇 가지 오해.

“강원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서울에서 춘천까지 38분.”

고속도로가 개통했다고 TV 광고를 하다니. 과연 민자 고속도로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나는 이 광고가 못마땅하다. 지난달 15일 개통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은 5900원이다. 이 광고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61.4km가 38분 밖에 안 걸린다고 자랑한다. 물론 46번 국도와 비교하면 거리가 5km 가까이 짧고 당연히 시간도 크게 줄어들 것 같지만 이 광고는 명백한 과장 광고다.


일단 61.4km는 이 고속도로가 시작하는 강일 IC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와 만나는 춘천 JCT까지의 거리다. 통행요금 5900원도 남양주 요금소를 지나 동산 요금소까지 가는데 드는 요금이다. 동산 요금소를 빠져나와 중앙고속도로를 올라타고 20분 가까이 가야 춘천 시내로 들어설 수 있는데 춘천 요금소를 지날 때 1400원 추가로 내야 한다. 남춘천 IC나 조양 IC로 빠져 나가 국도를 타면 추가 요금이 없지만 이 경우 30~40분은 잡아야 한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38분? 요금은 5900원? 실제로는 100km/h로 신나게 밟아도 1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데다 차가 좀 밀린다 싶으면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다. 요금은 5900원이 아니라 7300원이다. 그래도 46번 국도보다는 빠르지만 평일 오후 같으면 짧게는 10~20분 정도 차이다. 게다가 46번 국도는 무료다. 고속도로 개통 전후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지만 이런 차이를 제대로 짚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시원하게 뚫렸으니 이 정도 요금 충분히 낼 만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터널도 많고 다리도 많아서 다른 고속도로보다 공사비가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거라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비싼 요금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자 고속도로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도대체 왜 민자 고속도로여야 했나를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먼저 나는 고속도로가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사회간접자본은 정부가 세금을 들여 건설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 아닌가. 돈이 많이 들었으니 요금도 비쌀 수밖에 없다? 천박한 발상이다. 어쩌다 1년에 한두 번 강원도에 놀러 가는 서울 사람들이야 7300원이 별거 아니겠지만 그 7300원이 부담스러워 여전히 국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고속도로 주식회사가 챙기는 수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늘어난 부담이다. 7300원이라도 내고 20분 더 빠른 길로 가겠다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도대체 그 7300원을 왜 우리가 다 내야 하는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만약 정부가 나섰더라면 그만큼 요금을 인하해서 국민들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상당 수준의 적자를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애초에 2차선이 아니라 넉넉히 3차선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고속도로 주식회사의 과장광고와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 그리고 공공 서비스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공공 서비스에 수익성을 따지기에 앞서 사회적 편익과 효용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민간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정부가 책임을 방기한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보는 바와 같다. 비싼 요금, 그런데도 적자, 종종 부실한 서비스, 그리고 막대한 재정지출, 이 모든 걸 감수할만큼 효율적인가.

참고 :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혜, 턴키 발주 부쩍 늘어났다. (이정환닷컴)
참고 : 언제부터 고속도로가 돈벌이 수단이 됐나.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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