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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의 미국인 참수.

어떤 사람들은 바이킹을 처음 탔을 때의 공포감을 평생 잊지 못한다. 두고 두고 그 공포감을 떠올리며 그때 바이킹을 타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곤 한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무서운 영화, 이를테면 ‘링’에서 귀신이 티비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를 받았다고 한다. 정신적 ‘데미지’다. 그런 상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 카에다의 미국인 참수 동영상도 그럴 것이다. 동영상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기사만으로도 충분히 참혹하고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 목을 자른 사람들의 적의(敵意)는 미국 뿐만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

비난은 그 다음의 일이다. 알 카에다의 미국인 참수는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포로 학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아마 이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 카에다는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이 끔찍한 범죄를 직접 공개했다. 숨기고 싶었던 범죄와 알리고 싶었던 범죄. 여기에 해답이 있다. 전쟁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과 전쟁을 중단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진실.

드러나지 않았을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끔찍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 알 카에다는 미국인의 목을 벴지만 나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나는 그 상처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바로 봐야 한다. 참담한 일이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이미 졌다. 스페인이 철군한데 이어 영국도 철군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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