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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락 받아들이고 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투입하라.”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21, 2009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동아일보와 미디어다음 기자로 재직하던 무렵부터 현장 밀착형 부동산 기사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언론을 떠나 한국 최대의 민간 씽크탱크를 자처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로 옮겨간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일찌감치 한국 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부동산이라고 주장해 왔던 그는 부동산 거품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부터 바로 들어가자.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년 뒤는 잘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 그게 단기적으로는 먹혀들지도 모른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도 사주고 건설회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도 지원해준다. 외국에서 돈 끌어다 부동산 대출에 쏟아 부은 은행들 유동성 지원도 해준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지켜낸 거품이 얼마나 갈 것 같나. 1년 뒤는 모르겠지만 2015년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그때는 확실히 떨어진다.”

–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그리고 왜 2015년인가.
“거품은 결국 빠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거품을 빼느냐의 문제일 텐데, 이른바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연착륙이라는 건 환상일 뿐이다.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살금살금 집값이 내린다? 그런 건 1990년대 초반에나 가능했다. 그때는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고 저축도 충분했고 당연히 빚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경제가 동반 몰락하고 있다. 저축은 바닥났고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고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집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 은행들이 지금까지처럼 대출을 마구 해줄 수 있을 것 같은가. 자기들 살아남기에도 바쁜 상황이다.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당연히 부자들도 집을 안 산다. 게다가 2012년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데 이들의 뒤를 이어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애들이 없다. 애들 수도 줄어들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소득도 줄어든다. 무슨 돈으로 집을 사나. 2015년이 되면 36만호 이상이 초과 공급될 전망이다.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렇다. 이렇게 비싼 집값이 그때도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 그럼 대출 받아 집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 집을 팔아야 하나.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게 될 텐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어떻게 하나.
“빚 갚고 빠져 나와야 한다. 주거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투기 목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게 돈 버는 길이다. 거품은 당장 빠질 수도 있고 일본처럼 찔끔찔끔 시간 끌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서 확 무너질 수도 있다. 물론 거품이 빠지면 충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총량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당장 미치게 될 충격보다는 장기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거품을 질질 끌고 가면서 건설회사들 살리는데 세금 지원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국채 남발하고 우리 다음 세대들 쓸 돈까지 끌어다가 강바닥에 쏟아 붓는 게 과연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지속가능하다면 계속 그렇게 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빨리 꺼뜨려야 한다.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좀비 기업들은 청산시키고 그 과정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 그래도 과연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과연 무너질까 하는 믿음은 꽤나 견고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여전히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고 인구 1천명 기준 주택 수가 여전히 선진국보다 적다는 통계도 자주 인용된다.
“모두 거짓말이다. 1인 가구라고 하니까 영화에나 나오는 골드미스, 골드미스터 생각하나.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맞지만 취업 못하고 결혼 못한 노처녀와 노총각들, 75세 이상 배우자를 사별한 독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이 집 살 경제적 여력이 되나.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서울시 1인 가구의 45%나 된다.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인구 1천명 기준 주택 수도 한심한 비교다. 선진국들은 공공 임대주택이 10~35%까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겨우 3%다. 집을 늘려야 한다면 이들 1인 가구들에게 필요한 값싼 소형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건설회사들이 짓고 싶어하는 중대형 아파트? 지어봐야 팔리지도 않는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데 누가 무슨 돈으로 이 비싼 아파트를 다 산단 말인가.”

– 정부는 뭘 할 수 있나. 집값이 폭락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냥 내버려 두면 되나.
“적극적으로 거품을 빼는 방법이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1억5천만원이면 아파트 1채를 지을 수 있다. 여기저기 돈 챙기는 놈들 다 몰아내고 경쟁 입찰로 가격을 낮추면 된다. 5% 수익률만 보장해주면 은행이나 국민연금이나 돈을 끌어올 데는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돈 한푼 안 들여도 된다. 선진국 수준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늘린다면 430만호를 더 늘려야 한다. 1억5천만원짜리 반값 아파트가 이만큼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해 봐라. 당연히 집값은 엄청나게 떨어진다. 집 가진 사람들? 집값 떨어져서 손해 좀 봐야 한다. 그래야 돈이 제대로 돌고 경제가 살아난다. 2억원 대출을 받아 5억원짜리 집을 살 게 아니라 대출 없이 1억5천만원짜리를 살 수 있다면 나머지 1억5천만원은 노후를 위해 저축하거나 소비할 수 있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겨나고 소득이 늘고 출산률이 회복되고 그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미래가 보장된다. 그게 우리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앞으로 한 10년쯤 남았는데 이명박 정부 5년을 빼고 나면 5년 밖에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 이명박 정부는 의지가 없는 것 같고 정권이 바뀌면 해결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나.
“이명박 정부만 탓할 수도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거품을 조장하고 빚을 늘려 성장률을 높여왔다. 음식점 예를 들어볼까. 비용이 들어가는 게 임대료와 인건비와 식재료가 있는데 임대료가 오르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경제가 그랬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저축률 높던 나라가 이제 산더미 같은 가계 부채로 주체를 못하는 지경이 됐다. 그 가계부채가 대부분 부동산 담보 대출이다. 부동산 가격 올라서 과연 누가 돈 벌었나. 일부 기득권 계급 말고는 중산층 이하 대부분의 국민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집집마다 달마다 100만원씩 은행 이자를 갚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정권을 바꾼다고 하지만 대안이 있나. 노무현 정부 시절 진보 보수 막론하고 앞 다퉈 빚내서 집을 장만했다. 이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는 걸 바라겠는가. 이명박을 찍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 뉴타운 광풍이 휩쓸었던 지난 총선 봐라. 투기적 욕망이 정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다. 결국 집값은 폭락할 텐데 정치적 해법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국을 피할 방법은 없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건설회사들은 턴키 베이스로 2천억원짜리 공사 하나 수주하면 앉은 자리에서 600억원을 챙긴다. 2조원짜리 경인운하 사업은 6천억원을 남겨먹을 수 있다. 새만금도 턴키, 형님 예산으로 논란을 빚었던 포항 고속도로도 턴키, 지하철 9호선도 턴키, 여전히 거품은 넘쳐나고 건설회사들 폭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언론이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 공부도 하지 않는다. 이건 시장 만능주의도 아니고 기득권 만능주의다.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도 사치다. 그냥 5년 동안 거품 안 꺼뜨리고 그동안 다 해먹고 나가겠다는 거다. 제대로 된 언론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거라고 본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더 위험한 상태에 있다. 위기라고 하지만 건설회사 하나 망했나. 은행 하나 망했나. 거품을 지연시키면 더 큰 위기가 온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위기를 직시할 수 있다면 해법이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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