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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주의의 한계, 기업·금융의 사회적 소유로 보완해야.”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4, 2009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 가운데 하나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맡아 주요 정책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고 최근까지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을 맡아왔다. 그는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더라도 노동자 대중의 불만을 언제까지나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10년 전 외환위기처럼 노동자 대중에게 희생을 전가하고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첫째, 자본의 집중이고 둘째, 금융의 극단적인 투기화고 셋째, 소득분배 불평등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생산을 확대하고 자본을 축적한다. 지금 은행에 돈이 없나? 부동자금이 500조 원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돈이 없나? 이익 잉여금이 35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주가가 떨어지니까 사람을 마구 자른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부유층에 돈이 몰리면서 저소득 계층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점점 더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노동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 위기는 왜 자꾸 반복되는가.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한다. 이를테면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 사이의 모순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경쟁이 과잉생산을 강제하고 과잉생산이 과잉투자를 추동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소비를 제약하면서 공황을 낳게 된다. 그래서 케인즈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했는데 유효 수요를 늘리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공황을 극복할 수 없었다. 케인즈주의는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을 낳았고 신자유주의를 불러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면 다른 무슨 대안이 있나. 이를 테면 다시 케인즈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나.
“불황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수요부족 때문이라고 본다면 케인즈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케인즈주의는 과잉생산과 과잉투자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막으려면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모델에 기업과 금융의 통제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재정민주주의와 금융민주주의, 기업민주주의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와 채권자, 협력업체, 정부 대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기금을 조성해서 주요 기업의 사회적 소유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필요도 있다. 나는 금융기관은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지금 위기는 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뒤집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자유주의에서 케인즈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자유주의로 직행했다. 압축적 경제성장이 압축적 모순축적이 된 셈인데 그만큼 해결도 압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의 실패 사례들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지만 이대로 가면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지게 된다. 엄청난 반발이 이미 시작됐고 기득권 계급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걸 원치 않을 거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역주행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출을 이미 단행하고 있고 추가경정예산도 더 편성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무분별한 감세 정책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극화에 대한 해법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노동자 대중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졸업하자마자 백수로 내몰리게 된 젊은이들이 나서서 실업급여를 달라고 아우성을 쳐야 한다. 취업한 적도 없는데 무슨 실업급여냐고 하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일자리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집 없는 사람들은 주거 보조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민들 누구나 식구 수만큼 방을 확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누가 돈을 내느냐고? 돈은 얼마든지 있다.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을 뿐이다.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걷고 국채를 더 발행하면 된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나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을 쳤는데 이제는 그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국민들 무서운 줄 알게 만들어야 한다.”

– 결국 권력의 문제가 될 텐데 진보진영은 헤게모니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100만명이 촛불을 들어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패배감도 있다.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보나.
“변화는 캠페인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부를 움직여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노동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거세지고 차기 집권이 불안하게 되면 아무리 강부자 정부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좀 내주지 않으면 모두 다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위로부터의 개혁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한꺼번에 뒤집는 혁명은 불가능하겠지만 개혁이 누적되면서 조금씩 새로운 단계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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