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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석면 논란, 같은 발표 두고 정반대의 해석.

바닥에는 있지만 공기 중에는 없다? 석면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리모델링 공사가 중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옛 삼성 본관 주변에서 석면 먼지가 또 검출됐다. 이번에는 정부 공식조사 결과다.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서울지방노동청이 조사했는데 7일 발표에 따르면 본관 주변에서 먼지시료를 채취해서 분석한 결과 9개 시료 가운데 5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특히 해체 작업이 완료된 6층에서는 1㎤에서 110만개의 석면이 검출됐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본관 앞 엘리베이터와 석면 폐기물 교환 장소, 3층 급기구와 배기구 등에서 공기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에서는 석면이 발견되지 않았다. 12개 시료 모두 0.01개/㎤의 사무실 공기관리 지침을 만족시켰다.

간단히 정리하면 바닥에서는 검출됐는데 공기 중에서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상반된 결과를 놓고 언론의 해석이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일단 연구원은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유해성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론 바닥 먼지가 바람에 날려 공기 중에 섞일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상관관계를 평가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연구원은 석면이 주요 도심 건물의 내장재로 널리 사용됐기 때문에 주변의 석면이 삼성 본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삼성 본관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 많아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공사인 삼성에버랜드는 설명 자료를 내고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작업 기준을 준수했다는 걸 입증한다”며 “주변의 건물 바깥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된 이유는 우리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성균관대 의대 김동일 교수의 말을 인용, “바닥 먼지의 석면 기준을 두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바닥 먼지를 기준으로 석면 농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앞서 3차례에 걸쳐 삼성 본관의 석면 유출 논란을 제기했던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는 이번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혜용 부소장은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 부소장은 “삼성이 문제 없다고 한 본관 내부 시료 모두에서 청석면이 검출됐고 삼성이 한 군데에서도 청석면이 나오지 않았다는 외부에서는 9개중 한 개에서 청석면이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최 부소장은 “조사가 부족하면 추가조사를 하면 되고, 분진의 건강유해성 여부는 분진에 의한 인체노출평가를 하면 될 일인데 왜 조사방법의 한계를 말하는 건 애초에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부소장은 “3개월 동안 본관에 머문 수천여명의 작업자들과 오염된 주변 상인과 사무실 직원 수만명이 석면에 노출돼 왔다”면서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고 그룹 차원의 사과와 함께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 대한 장기적 건강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상당수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관점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지들은 아예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가 각각 “옛 삼성본관 건물서 석면 검출”과 “삼성본관 내부·주변 바닥 석면 검출, “옛 삼성본관 공사현장 바닥서도 석면 검출”, “옛 삼성본관·주변 석면 검출”이라고 제목을 잡은 것과 달리 매일경제와 서울신문, 서울경제는 “옛 삼성본관 공기중 석면 안 나와”, “삼성 본관 공기중 석면 검출 안돼”, “리모델링 삼성 본관, 공기중 석면 미검출”이라는 정반대의 제목을 내걸었다.

방송에서도 YTN은 “옛 삼성본관 주변 석면 검출 논란”으로 MBC는 “리모델링 삼성 본관 바닥·주변에서 석면 검출”로 보도했지만 KBS와 SBS는 침묵했다.

물론 삼성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석면을 쓴 곳이 삼성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했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석면은 입자가 작아 흡입하면 바로 폐에 침투되는 세계보건기구 지정 1급 발암물질이다. 일단 본관 주변에서 석면이 다량 검출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무작정 발뺌을 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진상 파악과 사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책임있는 태도다.

(KBS와 SBS는 취재까지 다하고 관계자들 인터뷰까지 다 했는데도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인터넷 언론은 제목이 바뀌기도 했다. 처음에는 ‘석면 검출’로, 나중에는 ‘논란’ 또는 ‘석면 없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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