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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석면 유출 논란, 침묵하는 언론은 왜?

서울 중구 태평로 옛 삼성 본관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유출돼 주변지역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12월 서초동 새 사옥으로 이전한 이후 옛 본관은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4일부터 3일 동안 삼성 본관 내부와 주변의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본관에서 반경 280m 이내에서 채취한 시료 17개 가운데 11개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

석면은 흡입할 경우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일부 사무실 이전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부터 철거를 중단하고 본관 건물을 전면 폐쇄한 뒤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 발표한 지하 1층과 주차장 등 1차 조사에 이어 주변지역에 대한 2차 조사결과다.

1차 조사에서는 지하 1층에서 채취한 시료 11개 가운데 10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본관 뒤편 폐기물 승차장 반경 170m 지역에서도 22개 시료 가운데 12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그러나 삼성은 “시민환경연구소의 자료는 신빙성이 없으며 자체 조사결과 석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시민환경연구소는 신문방송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공동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삼성은 11일 조사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사절차가 협의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시민환경연구소는 11일 본관 인근을 다시 조사한데 이어 20일과 21일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서울시청, 서울역 인근 등을 조사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시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본관 출구와 본관 뒤 공중전화 부스 안과 태평로 지하상가 입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출구를 드나드는 차량과 사람들에 의해 오염이 확산되고 있어 이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시공사인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오후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시민환경연구소의 시료채취와 분석방법 등에 상당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날 시민환경연구소가 조사한 장소와 동일한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해 미국 포렌식애널리티컬이라는 연구소에 의뢰한 분석자료를 공개하면서 석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첫째, 본관 인근에 대형 공사장 등 석면 유발 환경이 많아서 본관에서 유출된 것인지 연관성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고, 둘째, 석면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고무장갑을 중복 사용하거나 맨손으로 수거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고, 셋째, 공기 질이 아니라 바닥 먼지를 기준으로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법과 기준을 무시한 상식 밖의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부소장은 “최근 석면해체 및 제거 공사를 진행했던 다른 건물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은 석면이 삼성본관 주변에서만 발견된 것은 삼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최 부소장은 “그렇게 떳떳하다면 왜 공개 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로 미국 연구소에 의뢰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이 논란을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과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밖에 없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2차 조사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는 시민환경연구소의 발표를 소개하면서 삼성의 반박을 추가한 반면 머니투데이와 파이낸셜뉴스는 아예 “석면 안 나왔다”, “근거 없다”는 삼성의 반박을 제목으로 뽑았다.

서울신문은 온라인 기사는 내보냈지만 오프라인에는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고 방송에서도 MBC와 MBN, YTN만 보도했고 KBS와 SBS는 침묵했다. 에버랜드 오운암 부장은 “에버랜드 담당 경제·산업부 기자들에게 자료를 보내고 설명을 하기는 했지만 환경부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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