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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달은 조중동, FTA 안 하면 촛불시위 한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가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추가 협상 또는 전면 재협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11일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데 특히 그동안 조속한 협정 체결을 주문해 왔던 조중동을 비롯해 보수·경제지들은 강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 부문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미국에서 `1년에 70만대 이상 팔리는데 미국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5천대 밖에 팔리지 않으니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내친 김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모두 수입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세계 유일 초강국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미 체결한 국가간 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는 앞으로 어느 나라가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미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지난해 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조선일보가 촛불시위를 이용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촛불시위는 한미 FTA를 강행하기 위해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데 대한 국민적 반발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촛불시위가 일어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장 차이는 있지만 촛불시위의 핵심 구호 가운데 하나가 한미 FTA 반대였음을 이 신문은 그새 잊어버린 것일까.

중앙일보는 “국민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한미 FTA의 혜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면서도 “이념적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가의 장래 이익을 생각한다면 한미 FTA에 관한 여야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 “초당적이고 거국적인 협력이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한미 FTA의 경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숱한 논란을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단칼에 정리한다.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는 전제 아래 무지한 국민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발상도 놀랍지만 이념적인 반대 여론에는 설득조차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애초에 이 신문부터 이념적인 찬성을 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동아일보는 엉뚱하게도 “한미 FTA는 두 나라가 윈윈하는 구조”라며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테세다. 이 신문은 “특정 산업을 감싸느라 정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국제 관례에도 어긋나고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면서 “미래지향적 동맹관계의 발전을 염두에 두더라도 미국은 대승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윈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반대하고 있는 협상 상대방에게 윈윈이라며 생떼를 쓰는 꼴이다. 반미 감정을 교묘하게 뒤집는 것은 조선일보와 비슷한 수법이다. 한번 한 협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뒤집으면 안 된다는 논리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국제 관례에는 어긋나지만 관례는 자국의 이해에 따라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몸이 달기는 다른 신문들 사설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는 “한미 FTA는 우리가 엄청난 사회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이점을 미국이 보다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여전히 우리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국익과 일자리가 무더기로 날아갈 판국”이라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서울신문은”한미 FTA의 이익균형 저출추는 미국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다급함을 드러냈다. 서울경제는 “자국 사정에 따라 정부간 협정을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고 매일경제도 “무엇보다 동맹국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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