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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과 특근, 자랑이 아니라 고질적 한계 요인.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1, 2009

매일경제가 1면 머리기사로 현대자동차 울산 아반떼 공장의 소식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10일 1면 “특근하는 공장 세계에 우리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적으로 중형차 수요가 좀 더 작은 차들로 흡수되면서 아반떼가 상대적으로 덕을 보고 있다”면서 “(아반떼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3공장은 주야간 교대근무로 기본 8시간 외에 2시간 추가 잔업에다 주말 특근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울산 3공장장은 “지금 같은 불경기에 잔업과 특근까지 하고 있는 자동차 공장은 세계에서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3공장에서 특근은 토요일 오후 5시에 시작해 일요일 아침 8시까지 한차례 진행된다”고 전했다. 아반떼는 올해 들어 2월까지 미국 수출이 88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1.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쏘나타 수출이 4743대로 44.4%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는 65만68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1%나 줄어들었는데 현대차는 2만4512대를 팔아 14.3%나 늘어났다. 2월 들어서도 미국이나 1.5% 줄어드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약진은 분명히 주목할 만하다. 그 비결은 우선 높은 환율과 특히 중소형차 부문의 가격 경쟁력, 경쟁업체들의 상대적인 부진과 공격적인 마케팅에서 찾을 수 있다.

분명히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이 기사의 이면에서 우리는 현대차와 우리나라 제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발견할 수 있다. 아반떼 공장 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에 잔업에 특근까지 하면서 추가 수당을 받지만 다른 공장 노동자들은 잔업이나 특근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임금도 줄어들게 되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기도 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시스템에서는 아반떼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자리 나누기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현대차는 추가 수당을 주면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합리화해 왔고 보수·경제지들도 일자리 나누기보다는 비용 절감과 실적 개선에만 관심을 보여 왔다. 잘 나가는 공장의 노동자들은 잔업이나 특근으로 물량을 맞추는 대신 추가 수당을 받고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을 감수하는 현실에 대부분의 언론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낮은 기본급을 잔업과 특근 수당으로 보전하는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유지해 왔다. 물량이 넘쳐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매출이 줄어들고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다. 언론은 현대차 노조가 혼류 생산을 거부하거나 물량 조절을 놓고 노노 갈등을 보이는 것과 관련, 비판을 계속해 왔지만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할 뿐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대차는 최근 경제위기를 연간 25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원은 “일자리를 지키고 적대적 고용조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다소 줄더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교대제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위기극복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기본급 현실화와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 잔업과 특근, 과도한 노동시간은 자랑이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본적인 한계 요인이다. 환율 효과 덕분에 특정 차종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이런 후진적인 인력 운용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로도 성장 여력이 둔화된다는 지적이 간과되고 있다. 말로는 잡 셰어링을 외치고 있지만 고통 분담은 전적으로 노동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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