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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를 생각함, 두번째.

10월 24일에 개봉하는 ‘선택’은 45년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양심수 김선명씨의 삶을 다룬 영화다. 새마을 운동과 유신 독제 체제가 바깥 세상을 뒤흔드는 동안 감옥에서는 전향서를 받아내려는 악랄한 고문이 한창이다. 신념이 다르다고 이런 억압을 받는 세상이라면 굳이 신념을 꺾어가면서 바깥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김선명씨는 “사람들은 자유가 감옥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자유는 감옥 안에 있다”고 말한다.

달라진 조국을 보겠다고 37년만에 돌아온 송두율 교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조국은 아직도 송 교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조사실을 나오는 송 교수의 어두운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송 교수는 11일인 어제, 다섯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송두율 교수의 조사 내용을 일절 함구하고 있다. 답답한 기자들 몇명이 올라가서 송 교수의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박만 차장검사를 만났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차장검사는 놀랍게도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별하지 못한다. 말을 끊고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지적해줄려다가 그냥 말았다.

박 차장검사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지금 상황은 대략 이렇다.

“송 교수는 아직 반성의 의지가 없다. 전향서를 쓰지도 않았고 쓸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검찰로서는 송 교수를 회유하거나 설득하거나 할 입장이 아니고 할 생각도 없다. 설득하려고 했다가는 검찰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거꾸로는, 사건을 축소 은폐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혹시나 문제가 될까봐 조사받을 때마다 변호사를 배석하고 있다. 온 나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이라 검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동안 송 교수보다 훨씬 가벼운 사건의 피의자들도 모두 구속 기소됐다는데 있다. 검찰로서는 그동안의 원칙에 따르면 당연히 구속 기소를 해야 한다. 송 교수가 그럴듯한 전향서나 반성문이라도 써주면 불구속 기소를 검토해보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막강한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박 차장검사는 공안 사범을 음란물 사범에 비교했다. 불구속 기소를 하면 도무지 유죄 판결이 안난다는 이야기다. 재판을 몇년씩 끌다가 시대가 바뀌고 나면 몇년전에는 음란했던게 아무것도 아닌게 되니까. 공안 사범도 비슷하다. 시대가 놀라운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기준을 마냥 갖다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공안 사범이나 음란물 사범은 무조건 구속 기소하고 제까닥 재판을 치르고 유죄 판결을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행위시법이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기준으로 판단하자는 법 해석.

박 차장검사의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지금은 유죄라고 하지만 몇년 뒤에는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왜 시대를 거스르려 하는가. 무엇을 지키겠다고. 무엇을 되돌이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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