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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는 것보다 비정규직으로 2년 더 남는 게 좋다?

“오는 7월 비정규직 노동자들 100만명의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경제지들이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을 서두르면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리다. 현행 비정규직법에서는 2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 2년째가 되는 오는 7월,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대량 해고를 할 거라는 이야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최근 연령 및 직군별로 고용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수·경제지들은 맞춤형 대책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로 임명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한술 더 떠서 “비정규직 사용기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계속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논리다.

먼저 비정규직들이 대량 해고될 것인지 아니면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간 연장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최대 500만명까지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을 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양쪽 다 많든 적든 비정규직의 해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2년 안에 해고할 거라는 건 비정규직법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애초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목표가 아니라 2년 동안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법의 한계였던 셈인데 최근 논의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진보 성향 신문들도 2년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조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 보다는 기간 연장을 반대하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논조에 그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지난해 8월 기준 근속연수가 1년1개월 된 기간제 노동자는 5만명으로 비정규직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체와 55살 이상 고령자를 제외하면 실제로 해고 가능성이 있는 비정규직은 2만명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 보호를 바란다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촉진 또는 강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잘리는 것보다 비정규직으로 2년 더 남는 게 좋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들 때문에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사람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2년 더 남는 것 보다 더 좋은 건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했으니 이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게 애초 이 법의 취지였는데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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