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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이어 영국도 위험? 한국은 안전한가?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9, 2009

다음 차례는 영국이다? 미국의 정치외교전문 주간지 포린폴리시가 28일 온라인 판에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아이슬란드에 이어 영국과 라트비아, 그리스, 우크라이나, 니카라과 등 5개 나라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대외 의존도와 부채 비중이 높고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데다 정치적으로도 국민들 신뢰를 잃은 상태다.


아이슬란드는 27일 게이르 하르데 총리를 비롯해 내각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파산하고 환율과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과격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처음에는 최루가스를 쏘면서 진압했지만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지는 못했다.

아이슬란드의 몰락은 과도한 금융자유화에서 비롯했다. 2003년 은행 민영화 이후 외화가 밀려 들었고 크로나화 가치도 치솟았다. 은행들은 해외 투자에 나섰고 정부는 턱없이 높은 부채비율을 방관했다. 카우프싱 등 3대 은행의 자산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2배에 이르고 그 가운데 70%는 해외 자산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빈약한 탓에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됐고 대외채무가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1205달러 GDP의 7배 이상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위였던 아이슬란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첫 번째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츈은 아이슬란드를 “헤지펀드였던 국가(The Country that became a hedge fund)”라고 평가했다. 주요 은행들이 너무 큰 리스크를 떠안았고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막대한 부채 놀음을 했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주식시장은 90% 이상 폭락했고 크로나화 가치도 50% 이상 하락해 금융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다.

영국의 상황도 아이슬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1.5%에서 올해는 -2.8%로 떨어질 전망이다. 실업률도 올해 연말이면 8%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23%의 영국 국민들이 빚을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런던을 템즈 강의 레이캬비크라고 부르는 농담도 생겨났을 정도다.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다.

영국이 특히 더 취약한 이유는 금융부문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영국 은행들은 외국에 4.4조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영국의 국내총생산이 2.1조달러이니까 소득 대비 2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슬란드보다 덩치는 훨씬 크지만 역시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금융위기 초반 국제적인 중재자 역할을 맡고 나서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0명 가운데 6명이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정부가 국유화한 금융 부문이 이미 정부지출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에트 브리튼”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라트비아의 경우 성장률이 2006년 12.2%에서 올해는 6.9%, 내년에는 2.4%까지 떨어지고 실업률도 두자리 수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7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최근 1만명 이상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정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역시 빚이 국내총생산의 90%에 이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리스는 유로 통화권에 편입되면서 놀랄만한 성장을 해왔는데 이제는 단일 통화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다.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데다 구제금융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압박으로 그리스는 유로 통화권에서 탈퇴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를 선언해야 하는 지경에 왔다.

우크라이나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철강산업 비중이 크다. 2007년까지만 해도 세계 8번째 철강대국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12월 철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43%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IMF에서 16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파산에서 벗어났는데 국가 재정이 바닥난 상태다.

니카라과는 해외에 나가 있는 교포들이 본국에 보내는 돈이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송금액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커피 가격도 크게 떨어져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니콜라 오르테가 대통령은 한때 “신이 미국을 벌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 부메랑을 맞은 꼴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할까.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4198억달러로 GDP의 43.8% 수준에 이른다. 특히 단기 외채 비중이 급증해 외환위기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단기 외채의 상당부분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채무인데다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가 넘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여전히 3% 성장을 고집하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깊고 오래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은행들은 제 앞 가리기에 급급해 돈줄을 틀어쥐고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유일한 해법이라는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은 GDP 대비 70%에 이르는 가계 채무와 아슬아슬한 부동산 가격 거품, 그리고 은행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 등이다. 수출이 둔화하고 내수가 급감하면서 가계 부실이 확산되고 은행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만 그나마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지 않고 있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증권 김혜린 연구원은 “미국이나 영국의 위기와 우리나라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여러 단계의 파생상품을 거치면서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실 비율이 낮고 금융 규제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라 극단적인 위기로 치닫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미국과 달리 부동산 관련 가계 부채의 상당 부분이 중산층 이상에 집중돼 있는데 아직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이자로 내면서 버티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품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연착륙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 교수는 “거품이 빠졌을 때 충격이 크지 않도록 좀비 기업들을 솎아내고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는 가계에 금융 지원을 한다거나 적극적인 실업 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적당히 돈을 끌어와서 메꾸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수출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고집하고 극단적인 노동 유연화와 소득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과도한 수출 의존도와 취약한 내수 기반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 교수는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나 금산분리 완화 등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답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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