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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바뀌어도 모피아 권력은 그대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30년 이상 정권 장악… 이헌재 사단도 여전히 건재.

윤증현의 귀환은 과거 재무부 인맥, 이른바 모피아의 강력한 영향력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사건이다. 19일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모피아 가운데서도 핵심 실세로 꼽히는 사람이다. 행정고시 10회 출신으로 재경원 금융정책실장까지 지냈던 그는 1998년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2004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돌아와 사상 최초로 3년 임기를 채우고 2007년 퇴임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은 아니었다. 생명보험회사 상장을 밀어붙이는 등 철저하게 시장 친화적 금융 정책을 펼쳤고 금산분리 완화 또는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청와대의 386 경제 참모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에 합류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발탁돼 최근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에 내정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진동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 또는 차관을 지낸데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자문위원 등을 맡아왔다. 일부 언론이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 관료들을 기용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30년 이상 한 번도 권력의 핵심에서 물러난 적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필리핀의 아시아개발은행 이사로 있던 윤 전 원장을 불러들인 사람은 이헌재 전 장관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금감위원장을 맡으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 부총리를 지내면서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아직까지 핵심 요직에 남아있다. 이 전 장관은 최근까지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재경부 출신이 대기업으로 옮겨가거나 금감원 출신이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번에 물러나게 된 박병원 경제수석은 과거 재경부 차관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역시 재경부 차관 출신인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인사에서 금융위원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나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도 모피아 인맥의 핵심이다. 이헌재 전 장관과 윤증현 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한승수 국무총리와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이번에 주미 대사로 내정된 한덕수 전 총리 등은 모두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모피아 출신이면서 김앤장 고문을 거쳐 다시 정부 요직에 합류하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핵심 요직을 독차지해 왔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일련의 개혁 정책이 모두 벽에 부딪히고 결국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들 모피아 인맥이 실세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모피아 인맥을 대거 중용함으로써 모피아식 신자유주의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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