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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 면제해줘서 그렇게 좋은가.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6, 2008

오늘(17일)부터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국토안보부(https://esta.cbp.dhs.gov)에 접속해서 몇 가지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입국 허가를 받으면 관광 또는 상용 목적에 한해 90일 이내의 방문은 비자 없이도 가능하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되게 됐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41개 인권단체 모임인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16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기만적 비자 면제를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이유가 뭘까.

우리 정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100% 받아들였는데 전자여권이나 입국 허가제도 등은 그렇다 치고 여행자 정보 공유 협정은 문제가 많다. 공식적으로는 ‘범죄 예방과 대처를 위한 협력 증진에 관한 협정’인데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수사 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 여행자의 지문을 채취해 범죄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과거에도 미국 방문객들에게 지문 날인을 요구해왔지만 미국 정부가 구축한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경찰의 범죄 기록을 직접 조회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외교통상부는 이런 수준의 개인 정보는 그동안 미국 비자를 받을 때도 제출해야 했던 거라면서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 연합이 최근 이를 거부한 바 있고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들의 범죄 정보를 서로 교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이번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세계 어느 나라 비자 심사보다 더욱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국민이 예비 범죄자 또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것이 더 문제다.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다.

“과거의 삶은 미래에 대한 필연적 원인이 아니다. 누구도 자신의 의심 때문에 타인이 이동할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또 공동체가 요구하는 대로 형벌의 시간을 인내해내고 공동체 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이 왜 특정지역로만 이동할 수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편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것은 국민의 편리가 아니라, 국민을 관리하는 국가의 편리이며, 누군가를 낙인찍고 배제하고 차별하는 폭력의 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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