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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말 바꾸기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이 말을 바꾸고 있다. 대책없이 중언부언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총선 공약까지 마구 뒤집고 있다. 총선을 치른 뒤 보름도 안된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건설교통부와 당정 협의를 열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각종 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열린우리당은 일찌감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러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강력히 반발해왔고 이날 당정 협의에서는 한판 맞대결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의 검토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결정은 7월부터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당초의 단호한 입장에서 크게 물러난 것이다. 공개 여부를 놓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은 총선 직후 승리의 도취감에 들떠있던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주택가격안정과 서민 중산층의 주거복지를 위해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며 “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등 공공아파트의 택지 및 건축원가와 토지공사가 공급하는 택지 원가를 7월부터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10일만에 말을 뒤집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민간부분 등의 공급위축이 우려된다”며 “특히 주공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적인 투기 근절방법은 공급을 늘려 투기의 유혹을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논리 그대로다.

정 의장은 대신 “공공택지의 공급가격 공개는 7월중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이는 건교부가 3월말부터 공개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또한 필요이상으로 질질 끌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월 공개한 상암지구 7단지 40평 아파트의 경우 분양원가는 평당 736만원으로 분양가 1210만원의 60.8%에 지나지 않았다. 경실련 등은 도개공과 주공 뿐만 아니라 공공택지 내 민간아파트의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분양이 끝난 용인 죽전과 동백 지구 아파트의 경우 분양 원가는 400만~500만원 수준인데 실제 분양가는 700만원을 웃돌았다. 최근 분양이 진행중인 화성 동탄과 고양 풍동 지구의 경우도 분양가가 턱없이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분양원가만 공개돼도 상당부분 분양가의 거품을 뺄 수 있다는게 경실련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김성달 간사는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시장의 왜곡된 가격 결정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의 이상 폭등 현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 간사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정책이 실무관료들의 의견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에서는 오히려 열린우리당보다 한나라당이 더 개혁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도 모두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발 더 나아가 분양가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가 늦춰질 경우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집권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개원 이전부터 무리수를 두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정책이 건설업계와 경제안정을 이유로 뒷전으로 물러앉게 될 판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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