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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 공포? 엄살이 심하다.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20, 2019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요즘 언론 보도에 많이 등장하는 역전세난에 대해 알아볼까요?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세난이고 역전세난이라고 하면 전세를 빼기가 어렵다는 의미죠?

= 보통 전세금을 받아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죠. 그런데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전세금을 낮춰야 들어올 텐데 그럼 집주인이 그만큼 돈을 토해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을 줄 거 아니냐며 버티는 경우도 있고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죠?

= 부동산 정보 서비스 직방에서 낸 통계가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아파트 10곳 가운데 4곳이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졌습니다. 지방은 51.3%, 거의 절반이 떨어졌고요. 서울은 13.2%, 수도권은 29.7%, 전국 평균은 38.6%였습니다.

= 한때는 1년에 몇 천 만 원씩 오른다고 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지방은 평균해 보니 2년 전보다 825만 원이 떨어졌습니다. 서울은 388만 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입니다.

=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주간 주택동향을 봤더니 서울 지역도 전세가격 지수가 지난해 12월 100.4를 찍고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2월11일 기준으로 99.7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런 추세라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년 전보다 억 단위로 전세값이 떨어졌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3. 원인이 뭘까요?

= 일단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세수급 지수가 2월11일 기준으로 서울 강북은 81.4까지 떨어졌습니다. 강남은 90.2고요. 이게 100을 넘으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이 안 되면 전세를 내놓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81.4라는 건 전세 매물이 수요보다 20% 가까이 더 많다는 겁니다.

= 이게 계속 이랬던 건 아니고요.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3년과 2015년에는 190을 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10일부터 10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단 주택 공급이 계속 되고 있고. (물론 이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죠.) 무엇보다도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잡히고 있죠. 지난 몇 년 동안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상승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에 지금은 조정을 겪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깡통전세가 우려된다는 기사도 많이 나오던데요.

=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줄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그것도 많이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아직 깡통전세가 속출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고요.

= 지난 몇 년 동안 유행했던 갭 투자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걸 갭 투자라고 하죠. 전세값과 매매가격이 별 차이가 안 날 때는 몇 천만원만 있어도 아파트를 사서 전세로 내놓을 수 있었죠. 그런데 동탄 신도시 같은 곳은 전셋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1억 원 미만 전세도 있고요. 지금까지는 전세금을 받아서 넘겨주면 됐지만 이제 전셋값을 내리지 않으면 나가지 않으니까요. 이런 곳은 전세 만기가 되면 집 주인이 1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걸 감당 못하면 집을 팔아야겠죠.

5. 언론 보도는 어떻습니까.

= 조선일보가 며칠 전 사설에서 “지나치게 빠른 착륙은 사고를 부른다”면서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주택 거래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규제를 좀 더 풀라는 건데요.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용도로 신규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집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도 줄여주라는 겁니다.

= 서울경제신문도 “집값은 급등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급락하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면서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마구잡이식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런 식의 보도가 많이 눈에 띄는데요. 전세값이 떨어져서 서민들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결국은 집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부동산이 급등했는데 지금은 상승 추세가 잠깐 주춤한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엄살을 부리면서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 어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역전세난 대책은 없다고 말했네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정확한 워딩은 “현재로서는 대책을 내놓을 단계가 아니다”입니다. 집주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거죠. “9.13 대책의 기조, 한마디로 가계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방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지금의 전셋값 하락과 집값 하락이 맞는 방향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냈죠. 그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역전세난 우려가 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 일부의 사례를 부풀리는 보도도 많습니다.

= 역전세난이 길지 않을 것이고, 다시 전세난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방은 문제가 좀 심각한 곳도 있습니다만 서울과 수도권은 아직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죠.) 갭 투자를 했던 분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일부 지역이고 이 분들을 위해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방향은 맞다, 그리고 역전세난이 우려된다면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 역전세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도 살펴봐야 합니다. 4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54조8400억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니까 매매보다는 전세로 몰리고 있는 것이죠. 다만 지금은 공급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8. 정리를 하면 역전세난이라는 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 역전세난은 애초에 단어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세입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죠.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줘야할 돈을 못 주고 있는 상황인데 대출을 받아서라도 줘야 합니다. 세입자는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고요. 정부도 집주인 보호가 아니라 세입자 보호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 2008년에도 역전세난이 있었는데요. 2년 만에 전세난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때는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반등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셋값도 뛰어올라서 역전세난이 해소됐는데요. 전세난과 역전세난이 반복되는 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약발이 먹힌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죠. 집값이 뛰어오를 때는 전세보다는 매매를 하자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집값이 주춤할 때는 다시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전세 시장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세 공급이 많기 때문에 한동안 세입자 우위 시장이 될 것이고 역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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