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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를 보다.

모처럼 등산을 갔다 와서 일찌감치 자고 있는데 동생이 “형아야, ‘소림축구’ 한다”고 하길래 깼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다시 봐도 재미있다.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는 주성치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식신’도 ‘희극지왕’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그럭저럭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부류에 들게 됐다. 나는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가 좋다. ‘소림축구’는 요란하고 뻔하고 터무니 없이 과장되긴 하지만 잘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밝고 긍정적인 희망을 불러 일으킨다.

수많은 중국 영화를 봤지만 나는 ‘소림축구’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을 제대로 그려낸 중국 영화를 보지 못했다. 씽씽과 그의 소림사 형제들은 넝마주이거나 식당 종업원이거나 야채장수고 늘어진 누런 런닝셔츠에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는다. 만두 하나 사먹을 동전 조차 없다. 주성치는 이 가난하고 초라한 사람들의 현실과 꿈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얼핏 비슷하지만 우리가 봐왔던 영웅들의 중국 영화와는 그래서 다르다.

씽씽이나 아매 같은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는 백화점은 근처에도 갈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 씽씽은 아매의 손을 붙잡고 폐점 시간이 지난 백화점에 간다. 씽씽은 허풍을 떤다. “뭐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아매는 예쁜 옷을 보고도 만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때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던 씽씽의 친구가 소리지른다. “야, 청소 도와주러 왔으면 청소나 할 것이지 뭐하는 짓이야.”

아매가 태극권으로 만두를 빚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밀가루는 태극 무늬를 그리며 물과 섞이고 반죽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아매는 씽씽의 다 떨어진 운동화를 꿰매주지만 어느새 유명해진 씽씽은 운동화 같은 건 얼마든지 새로 사면 된다고 말한다. 눈물이 들어간 만두는 짜고 맛이 없다. 아매는 만두가게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그 아매가 축구대회 결승전에 나타난다. 씽씽의 팀은 잇따른 부상으로 선수가 부족해 실격패를 당할 상황이다. 아매는 골키퍼를 맡겠다고 한다. 씽씽은 아매가 건네준 헌 운동화를 신고 뛰기로 한다.

소림사에서 함께 수학했던 여섯 의형제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힘들게 배운 소림무공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고 가난은 불가항력이다. 축구는 이들에게 마지막 꿈이다. 영화에서나마 이들의 꿈은 이뤄져야 한다.

소림무공과 축구의 결합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강함으로 강함을 언제까지나 이길 수는 없는 법. 결국 강함을 이기는 것은 부드러움이다. 아매는 만두를 빚던 솜씨로 폭풍 같은 공을 춤을 추듯 가볍게 잡아낸다. ‘소림축구’가 시시한 코미디 영화에 그치지 않는 것은 터무니 없이 과장된 가운데 언뜻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수평적으로 뒤섞이고 복선과 복선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단 한 장면도 군더더기가 없고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지 않는다. 이게 영화의 기본이다. 그 기본도 안돼 있는 영화가 너무 많다.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으로 덧칠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뻔하고 유치하긴 하지만 ‘소림축구’는 솔직하고 소박한 영화다.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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