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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다.

‘오아시스’에서 종두는 공주를 강간하려다 실패한다. 공주는 그런 종두에게 전화를 걸고 종두는 다시 공주를 찾아간다. 사람들에게 버림 받았다는 공통점 말고는 두 사람이 왜 서로 사랑하게 되는가 아무런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왜 이들이 서로 사랑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한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이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을 선뜻 부인하지 못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관객들은 종두와 공주의 영역 밖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불편하다.

‘오아시스’의 종두와 공주는 그냥 불쌍한 사람들일 뿐이다. 영화는 이들을 학대하고 관객들은 그 공범이 된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눈물겨우면서 동시에 끔찍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접근 방법이 조금 다르다. 조제는 늘 우울한 표정이지만 예쁘다. 음식도 잘 만들고 아는 것도 많다. 걷지 못하지만 ‘오아시스’의 공주만큼 끔찍한 장애는 아니다. 츠네오는 조제를 동정하면서도 매력을 느낀다.

조제의 집 수리를 하던 날, 조제는 인부들을 피해 벽장 안에 숨어있다. 츠네오는 조제를 발견하고 농담을 건네다가 문득 조제의 손을 잡는다. 그때 츠네오의 여자친구가 조제를 구경하러 찾아온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츠네오의 여자친구는 조제가 방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조제는 벽장 문을 확 닫아버리고 츠네오는 여자친구의 손에 끌려 조제의 집을 나선다.

그리고 얼마 뒤 츠네오는 조제와 동거를 시작한다. 츠네오는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동정과 사랑은 분명히 다르다. 츠네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망설인다. 집안 제삿날, 츠네오는 조제를 데리고 고향 집에 가다가 결국 차를 돌려 바다로 간다.

‘오아시스’와 달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크게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츠네오는 1년 뒤, 조제와 헤어진다. 조제의 집을 나오면 옛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서 있다. 여자친구는 배가 고프냐고 묻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길을 걷다가 츠네오는 멈춰서서 흐느껴 운다.

조제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를 떠나 조제와 함께 사는 것은 힘들다. 이 부분에서 이 영화는 솔직하다.

참고 : ‘오아시스’를 보다.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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