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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는 자를 위한 기도’.

10년도 훨씬 전에 ‘주말의 명화’에서 봤던 영화다. 기억을 더듬어 한참을 찾았는데 DVD 따위는 아예 없고 어렵사리 토런트에서 내려 받아 영어 자막으로 다시 봤다. 미키 루크가 권투에 다시 빠져들기 전, 살인 미소를 흘리고 다니던 무렵의 영화다. 마틴은 아일랜드 해방군의 테러리스트다. 경찰에 쫓기다가 원치 않은 살인 청부를 떠맡은 마틴은 살인 현장을 한 신부에게 들키고 만다. 그는 신부에게 총을 겨눴다가 그냥 돌려 보낸다.

그 뒤 마틴은 성당으로 숨어들어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신부는 고해성사의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를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 화가 난 신부는 왜 그때 나를 죽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마틴은 누군가를 더 죽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말한다. 신부는 그를 경멸하고 경계하지만 그의 깊은 상처를 알아보고 그를 동정하게 된다. 마틴은 신부의 조카 안나와 사랑에 빠진다.

시각 장애인인 안나는 그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된다. 성당으로 경찰이 찾아왔을 때 마틴은 오르간을 수리하는 척 한다. 수상쩍게 생각한 경찰이 오르간 연주를 듣고 싶다고 하자 마틴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의 푸가, BWV 578을 연주한다. 그때서야 경찰은 의심을 풀고 물러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살인자일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줄거리는 좀 식상하다. 마틴은 신부를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신부와 안나를 구하려다 죽게 된다. 이 영화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건 명분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 쫓기는 초라한 영웅, 그가 느꼈을 절망과 고독, 무력감을 현실적으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마틴에게 신부가 통회 기도를 요구하지만 마틴은 거부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고 숨을 거둔다. “God, forgive me.”

통회 기도, Act of Contrition.

O my God, I am heartily sorry
for having offended Thee,
and I detest all my sins,
because of thy just punishment,
but most of all because they
offend Thee, my God,
Who art all-good and deserving
of all my love.
I firmly resolve, with the help
of Thy grace to sin no more and to
avoid the near occasion of sin.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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