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라탈랑트’를 보다.

신혼의 질투 많은 남편은 다른 남자들이 아내에게 말만 걸어도 화를 낸다. 남편은 화물선의 선장이다. 배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강과 바다를 가로질러 끝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아내는 언뜻 도시의 떠들썩함이 그리워진다. 결국 배가 항구에 멈춘 사이, 호기심 많은 아내는 남편 몰래 배에서 내리고 아내가 떠났다고 생각한 남편은 화를 내고 서둘러 배를 출발시킨다. 물론 남편은 얼마 못가서 금방 후회한다. 몇시간 뒤 텅빈 항구에 돌아온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편은 배를 돌리지...

‘송환’을 보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어왔지만 두 아이의 아빠로서 나는 생활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때 이 할아버지들을 만났다." / 김동원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걸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알았다. 이 두시간반짜리 영화를 찍으려고 김동원 감독은 12년 동안 이 할아버지들과 함께 살았다. 사진의 김영식 할아버지는 간첩이었다. 그는 1962년 간첩선을 타고 내려오다 울산 앞바다에서 붙잡힌다. 그는 물 고문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아웃 오브 타임’을 보다.

돈 주고 보기는 아까운 그저그런 영화다. 평범하지만 그럭저럭 기본은 하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공식을 따른다. 심각한 고민없이 만드는 이런 영화들이 한해 수백편씩 쏟아져 나온다. 매트는 시골 마을의 보안관이다. 덜렁대는 꼴이 딱히 실력이 대단한 것 같지는 않다. 부인과는 별거 상태, 곧 이혼할 계획이고 따로 오래된 애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애인이 뇌종양인가 암인가 심각한 병에 걸린다. 의사는 얼마 더 살지 못할거라고 한다. 애인은 죽고나면 100만달러에 이르는...

‘사마리아’를 보다.

'사마리아'를 보고 생각했다. 김기덕의 영화에 더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구원이니 화해니 괜한 삽질할 것 없다. 그야말로 꿈보다 해몽이 좋은 꼴이다.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임권택의 '취화선'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을 때부터 그딴 영화제의 권위와 안목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동양적 신비와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아버지뻘 나이의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

‘소림축구’를 보다.

모처럼 등산을 갔다 와서 일찌감치 자고 있는데 동생이 "형아야, '소림축구' 한다"고 하길래 깼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다시 봐도 재미있다.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는 주성치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식신'도 '희극지왕'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그럭저럭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부류에 들게 됐다. 나는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가 좋다. '소림축구'는 요란하고 뻔하고 터무니 없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다.

이 남자, 어딘가 낯이 익다. 200만달러짜리 광고를 찍을 정도면 그럭저럭 잘 나가는 배우 아닐까.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고스트 버스터스'에서 유령 사냥꾼으로 나왔던 빌 머레이라는 배우다. 물론 그때보다 훨씬 늙었다. 나이 탓일까. 이 영화에서는 제법 무게감이 있다.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남자다. 흘러가는대로 흘러보내고 굳이 잡으려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체념과 냉소가 남자 주위에 묵직한 공기를 만든다. 이 여자, 아주 예쁘지는 않은데 매력적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다.

"너 공부시키려고 학교 관두고 구두통 메고 다녀도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 어머닌 시장통에서 허리 한번 못 펴고 국수 팔아도 너 땜에 힘든 줄 모르고 살아." 동생은 훈장을 받아서 자기를 돌려보내겠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에 빠져드는 형이 두렵다. 누구든 그런 형을 놓아두고 혼자서 살아돌아갈 수는 없다. 평생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란 말인가. 혼란스러운 전쟁의 와중에 어디에도 도망갈 곳은 없다.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서 함께 돌아가는 수밖에는.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실미도’를 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누가 강우석 감독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투캅스' 같은 저질 코미디 영화만 만드는가. 강우석은 대답했다. '투캅스' 같은 영화 한편 만들어서 성공하면 다른 영화 세편을 만들 돈이 남는다. 지금은 예술 영화 만들 때가 아니다. 일단 살아남아서 영화를 많이 만들고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살리고 봐야 한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벌써 10년전 일이다. 그때 강우석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강우석은 '투캅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영화 투자와...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을 보다.

2003년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이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한해였다. 특별한 감상은 없다. 다만, 굉장히 신나고 신기하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나는 과연, 이길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모든 걸 내걸고 싸울 수 있을까. 싸우다가 죽어도 좋을만큼 이 전투는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만화 같은 이런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 우리가 승리의 확신 없이는 현실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다.

현실은 상상에 못미친다. 책을 옮겨놓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열정과 냉정 사이'는 두권인데, 각각 준세이와 아오이가 주인공이다. 두권은 따로따로면서 하나의 제목과 줄거리를 갖는다.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두명의 작가가 한 묶음씩 번갈아 가면서 쓴 소설, 읽을 때도 그 순서를 따라 읽는 게 좋다. 가장 아쉬웠던 건, 아오이가 내가 생각하는 아오이가 아니었다는 거다. 뭐랄까, 나는 아오이가 수선화 같은 여자일줄 알았다. 미우라 아야꼬 '양치는 언덕'의 주인공 나오미처럼,...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보다.

1. 복습. 촛불에 손을 가져다 대면 뜨겁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촛불이 현실이 아니라면, 다만 뜨겁다는 느낌을 주는 신호, 두뇌의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이상 뜨거움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촛불은 실재하지 않고 손은 실제로 타지 않으니까. 현실의 당신은 머리와 척추에 전기줄과 빨대를 꽂은채 커다란 유리병에 담겨져 잠들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의식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가상의 현실을 피곤하게 배회한다.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이상 당신은 이...

‘여섯개의 시선’을 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영화다. 영어 제목은 'If you were me', '네가 나라면'이다. 여섯명의 감독이 풀어낸 여섯개의 문제 의식. 우울하지만 많은 걸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다수에 속해 있을 때 우리는 소수가 얼마나 고통받고 얼마나 소외받는가 알지 못한다. 다수는 소수를 억압하면서 소속을 확인하고 만족을 얻는다. 1. 그녀의 무게. 여직원을 뽑는 면접. 면접관은 모두 느끼한 표정의 아저씨들이고 상고 졸업반인 여학생들은 물건처럼 그들 앞에 진열된다. 커피...

‘황산벌’을 보다.

마지막 전쟁을 앞두고 계백은 살아남아서 적에게 치욕을 보느니 지금 죽는게 낫다며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나선다. 영화 끝 무렵, 계백이 김유신의 칼에 목이 잘려죽는 순간, 영화는 계백의 부인이 죽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을 하든가 말든가, 나라가 쳐 망게불든가 말든가, 그것이 뭣인디 니가 내 새끼들을 죽여분다 살려분다 그래야!" 쨍하고 가슴에 아픔이 느껴진다.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컥, 눈물을 흘렸다. "호랭이는 죽어서 가죽을 냄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니모를 찾아서’를 보다.

그냥 애들이나 보는 만화일뿐일까. 엄청난 흥행 기록을 올렸다지만 나는 '라이온 킹' 이후로 디즈니의 만화 영화에 더이상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정말 진짜 같다는 것만으로 만화를 즐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만화 영화를 보면서 영화로 담아낼 수 없는 동화적이거나 만화적인 상상력을 찾기 바란다. 멀린은 선명한 흰 줄무늬를 가진 빨간빛 붕어다. 멀린은 넒고 넓은 바다가 두렵고 그래서 아들 니모를 바깥에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니모는 너무 조심스러운 아빠에게...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을 보다.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을 보다. 소희(박한별)는 예쁘긴 한데, 아무래도 너무 전지현을 닮았다. 전지현을 닮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개성이 없다. 설정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소희는 어딘가 유약하고 상처받기 쉬워보인다. 소희는 같은 무용반의 진성을 좋아한다. "진성아, 나는 너만 있으면 돼." 그러나 진성은 착한 소희가 싫다. 국가 대표 선발 대회를 앞두고 발레 연습을 하는 소희는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하다. 진성은 아무래도 소희를 따라잡을 수 없다. "난 네가 싫어, 넌 정말...

‘시암 썬셋’을 보다.

저게 뭘까. 하늘에서 반짝하고 뭔가 빛난다. 비행기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냉장고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함께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던 사랑하는 아내를 깔아뭉개 버린다. 아내는 그렇게 죽었다. 코미디 영화치고는 어딘가 낯설다. 웃기는 상황 같은데 좀처럼 웃을 수 없는. 페리는 페인트 회사의 연구원, 이른바 칼라리스트다. 언젠가 아내와 태국에 놀러갔을 때 아내의 머리칼에 물든 노을 빛을 잊지 못해 그 빛깔의 페인트를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건...

‘여름 향기’를 보다.

아무래도 이렇게 비가 많은 여름은 처음인 것 같다. 말짱하게 해가 떴다가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뚝 그치기도 하고. 올 여름 들어 우산을 다섯개째 샀다. 오늘은 매점 언니가 아는척을 했다. 매점 언니 : "어머, 어제도 우산 사지 않았어요? 또 잃어버렸어요?" 이정환 : "아뇨. --; 집에 두고 나왔어요.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죠?" 그러나 비는 퇴근 무렵 그쳤고 결국 새로 산 우산은 그냥 가방에 넣어 왔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고양이의 보은’을 보다.

폭력과 공포에 지쳤다면 '고양이의 보은' 같은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는 만화 영화도 좋다. 유치해 보이는가. 우습게 보지 마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은 이런 만화영화에 딱 맞는 말이다. 동화적 상상력, 아득한 그리움. '고양이의 보은'은 8월 8일에 개봉한다.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과 '28일 후'의 개봉일은 각각 7월 25일과...

’28일 후’를 보다.

무서운 영화라고 다 무서운 게 아니다. 정말 무서운 영화는 영화에 빨려 들어가 정말 나에게 닥친 일처럼 느껴지는 영화, 의자 깊이 움츠려 들면서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든 비오는 어느날, 흠뻑 비를 맞고 찾아든 영화관에서 생각없이 봤던 영화, '블레어 윗치'가 그랬다. 소리나 꽥꽥 지르면서 칼이나 곡괭이 따위를 휘둘러 대는 한심한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28일 후'도 그만큼 무섭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무섭다기보다는...

‘터미네이터 3’를 보다.

주말에 참 많은 영화를 봤다. '28일 후'를 시작으로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귀를 기울이면'에서 '고양이의 보은'까지. '터미네이터 3'는 여전히 한심했다. '터미네이터 2'가 나온 뒤 12년만이다. 1억9천만달러나 쏟아부었다고 난리법석을 떨어대는 영화치고는 기대에 못미쳤다. 사실 큰 기대도 없었지만 말이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1편에서 나쁜 놈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2편부터는 난데없이 착한 놈으로 나온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장화 홍련’을 보다.

'장화, 홍련'은 무섭다기 보다는 예쁜 영화였다. 열다섯살 무렵 여자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눈이 아플만큼 선명한 붉은 빛깔로 기억에 남았다. 어딘가 쓸쓸하고 처연한 빛깔이었다. 수미와 수연은 계모가 싫다. 아빠가 젊은 여자를 집안에 끌어들이면서 행복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엄마는 결국 옷장에서 목을 매 죽었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젊은 여자는 계모가 됐다. 엄마는 계모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 계모도 수미와 수연을 미워한다. 계모는 수미 몰래 만만한 수연을 괴롭힌다....

인권영화제에 가다.

몇년 전 일이다. 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자리의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책 표지 사진을 봤던 모양이다. 캐나다에서 온 초등학교 교사라는데 대학원에서 노암 촘스키를 전공했다고 했다. 머리를 뒤로 묶고, 짧은 반바지에 깊은 갈색 눈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러면서 나보고 촘스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떠듬떠듬 안되는 영어로, 언어학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친구들과 신자유주의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모임의 목표는 신자유주의에 맞설 대안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오아시스’를 보다.

배우보고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는 참 하나마나 이야기다. 배우니까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하지 뭐. 그래봤자 결국 연기는 연기 아닌가. 그렇게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영화는 너무 작위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꾸며낸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연기가 그럴듯해 보일수록 영화의 사람들은 더욱 불쌍해 보인다. '오아시스'는 매우 불쾌한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만큼 너무 억지스러웠다. 자연스러울수록 더 억지스러웠다. '오아시스'가 가져온 불쾌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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