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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거대한 변화, 웹 2.0.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2, 2006

웹 1.0 시대에 웹 사이트는 그저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열광했다. 그때만 해도 웹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짜 정보는 어디에나 널려있는데 정작 꼭 필요한 정보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웹은 조금씩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리고 웹은 이제 쓰레기 더미로 넘쳐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에는 무려 3800만개의 질문과 답이 올라와 있다. 그야말로 국내 최대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용한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네이버 지식검색의 콘텐츠는 대부분 언론이나 다른 사이트에서 무단 전재한 것일 뿐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네이버 지식검색은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퍼온’ 글을 수평적으로 나열해 놓은데 그치고 있다. 3800만개나 되는 질문과 답은 매우 유용하지만 결국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네이버 지식검색은 양적으로 팽창할 뿐 정보의 질을 담보해내지 못한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으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이런 네이버가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정보기술 업계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웹 2.0 논쟁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004년 10월 웹 2.0이라는 개념을 처음 창안한 팀 오라일리는 2000년의 닷컴 거품 붕괴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의 특징에 주목했다. 왜 라이코스는 죽고 구글과 야후는 살아남았을까. 아마존과 이베이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닷컴 거품 시대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참고 : 이것이 웹 2.0이다. (이정환닷컴)

오라일리는 웹 2.0의 첫 번째 원칙을 “플랫폼으로서의 웹”이라고 규정했다. 사라진 넷스케이프와 살아남은 구글의 차이를 살펴보면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넷스케이프는 웹 브라우저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웹 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라는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버렸고 넷스케이프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그러나 구글은 일찌감치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역량을 집중했다. 넷스케이프처럼 어떤 종류의 응용 프로그램을 팔려고 하지도 않았고 대량의 서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서버로 돈을 벌어들인 것도 아니었다.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는 구글의 소유가 아니었고 굳이 소유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구글은 다만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해 관리하고 거기서 유용한 정보를 뽑아내 사용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시스템, 즉 플랫폼의 역할에 주력했던 것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나 경매 사이트 이베이 역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성공한 경우다. 이들의 경쟁력은 응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보의 전달 프로세스, 즉 플랫폼에 있다. 냅스터의 계보를 잇는 P2P 서비스 비트토런트 역시 마찬가지다. 파일 하나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비트토런트는 세계적인 규모의 파일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웹 1.0 시대에는 이처럼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응용 프로그램을 가진 기업을 밀어내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웹 2.0 시대에는 이들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끼리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오라일리는 “플랫폼 대 응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플랫폼 대 플랫폼인 지금의 경쟁은 더 이상 불공평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이제 어떤 플랫폼이 될 것인가, 즉 어떤 기술과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앞에 놓여있는 기회에 더 적합한가가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잠깐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네이버의 플랫폼은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지식검색을 비롯해 블로그와 뉴스 서비스, 그리고 트래픽에 의존한 광고 매출 등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일까. 업계 1위라는 선점효과는 계속 유효할까.

웹 2.0의 두 번째 원칙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그들의 집단지성”이다.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위키피디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강조하지만 웹 2.0 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에 있다. 최근 야후에 인수된 플릭알이나 딜리셔스 역시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지성을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경우다.

물론 네이버의 지식검색도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웹 2.0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네이버 지식검색의 경쟁력은 사용자들이 무단 전제해 올려놓은 답변들의 데이터베이스 밖에 없다. 네이버는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 오라일리의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는 아직도 플랫폼이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웹 1.0 기업에 가깝다.

구글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잘 드러난다. 구글은 ‘페이지 랭크’라는 방식으로 검색된 페이지의 우선순위를 매긴다.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페이지를 가리키는 링크가 얼마나 많은지 계산해보고 링크가 많을수록 더 유용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지현’이라는 단어에 가장 많이 링크돼 있는 페이지가 전지현의 정보를 가장 잘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페이지 랭크에는 수많은 웹 사이트 저작자들의 의지가 반영된다.

그러나 네이버 지식검색에 오른 답변은 질문한 사람의 평가와 다른 독자들의 추천이 거의 유일한 평가 척도가 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링크가 전혀 없기 때문에 페이지 랭크 같은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다. 구글이 페이지가 늘어날수록 변별력이 커지는 것과 달리 네이버 지식검색은 늘어날수록 변별력이 떨어진다. ‘전지현’에 대한 질문과 답은 수없이 많지만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정보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류중희 대우교수는 “네이버는 사용자들의 참여를 끌어들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사용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류 교수는 “지금처럼 트래픽에 의존해 광고매출로 살아가겠다는 오프라인적 발상으로는 웹 2.0 시대, 변화의 흐름에서 크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IT칼럼니스트 김중태씨는 “네이버에는 링크의 문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링크는 원문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용이나 참고가 필요하면 그 글을 통째로 옮겨올 게 아니라 링크를 거는 것으로 충분하다. 링크를 걸어야 정보의 수직 계열화도 가능하게 된다. 김씨는 “네이버에는 온통 ‘퍼온’ 글만 있으니 모든 정보가 평평하게 바닥에 놓여 변별력이 없어진다”다고 덧붙였다.

물론 네이버는 이런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기술홍보팀의 이경율 대리는 “웹 페이지가 풍부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콘텐츠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일단은 자체적으로라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검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봉사자와 전문스폰서 들이 꾸준히 답변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불필요한 정보들을 걸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음이나 엠파스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가 모두 마찬가지다. 아무리 웹을 검색해도 딱히 유용한 정보들이 나오지 않고 지식검색 등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더라도 그 데이터베이스가 대부분 ‘퍼온’ 글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도 마찬가지다. 열성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수익모델도 확보했지만 이런 플랫폼이 웹 2.0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것인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구글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검색 가능한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정보가 포털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고 있고 정작 포털 사이트들이 외부 검색 로봇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글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다. 문제는 포털 사이트의 폐쇄적인 데이터베이스 역시 웹 2.0 시대에는 경쟁력을 잃게 될 거라는 데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전종홍 선임연구원은 “네이버처럼 데이터베이스 관리의 상당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담을 높이 쌓고 사용자들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은 지금까지 먹혀들었고 앞으로도 한동안 유효할지도 모른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머지않아 담이 무너지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사용자들이 빠져나가는 건 순식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선 인터넷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휴대전화 가운데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기기의 비율은 8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위 일본(87.0%)은 물론이고 3위 중국(30.9%)과 비교하면 거의 3배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무선인터넷 접속 비율은 28%로 일본(5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프라만 갖춰져 있을 뿐 활용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껏 접속해봐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해진다. 정보통신 강국이 아니라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현실인식도 있다.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작 그 안에 담아낼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인프라는 웹 2.0에서 말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문화적 토양이 갖춰지지 않아서 플랫폼을 만들 수 없고 한편으로는 플랫폼이 없어서 콘텐츠가 빈약해지는 답답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웹 2.0의 시대에 들어섰다.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고 세계적으로 그 흐름은 거세다. 오라일리가 제안하고 2차례 컨퍼런스를 거쳐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웹 2.0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들이 붙이는 태그. 사용자들이 자료마다 직접 꼬리표(태그)를 붙인다는 이야기다. 자료의 분류를 컴퓨터가 하는 것도 아니고 포털 사이트의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들이 기꺼이 동참해 직접 태그를 입력하고 전송한다.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건 개인적으로 자료를 정리하는데도 편리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최근 야후에 인수된 플릭알과 딜리셔스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둘째, 풍부한 유저 인터페이스. 이제 사용자들은 더 편리하고 더 직관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최근 AJAX로 만든 사이트가 늘어나는 것도 웹 2.0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AJAX는 ‘비동기식 자바 스크립트와 XML’의 약자로 ‘에이잭스’라고 읽는다. 사용자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 이게 바로 웹 2.0의 인터페이스가 지향하는 바다. 새롭거나 특별히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례로는 검색창의 추천 검색어가 있다. 최근 네이버 등에 추가된 기능인데 한 글자만 집어넣어도 그 글자로 시작되는 추천 검색어가 밑에 줄줄이 따라 붙는다. 사용자가 굳이 전송키를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첫 글자를 서버에 전송하고 관련된 단어를 받아서 띄워준다. 몇차례 데이터를 주고받았는데도 사용자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이런 작은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기쁨을 준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구글 맵에도 AJAX가 들어간다. 구글 맵에 들어가면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검색 범위를 바꿀 수 있다. 역시 사용자들은 눈치 채지 못하지만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서버에 위치 정보를 전송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미리 받아온다. 핵심은 자바스크립트와 XML 만으로 이런 환경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편리하겠지만 그만큼 시스템 설계가 복잡해지고 서버에 더 큰 부하가 걸리는 걸 감당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다. 차기 윈도우 버전인 ‘비스타’가 출시되면 운영체제와 웹이 완전히 통합된다. 그렇게 되면 웹과 로컬의 구분이 무너지고 웹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웹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게 훨씬 간단해지게 된다. 이를 테면 윈도우라는 플랫폼 안으로 웹이 흡수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야후가 벌이는 한판 맞대결도 큰 관심거리다.

셋째는 사용자가 직접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의 페이지 랭크다. 구글의 검색로봇이 수많은 웹 페이지를 돌아다니면서 링크를 읽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의 우선순위를 계산한다. 계산은 컴퓨터가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링크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만든다. 수많은 사용자들의 의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페이지 랭크는 웹 2.0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아마존의 도서 리뷰 시스템이나 이베이의 평판(reputation) 시스템도 사용자가 가치를 부여해 순위를 높인다는 점에서 페이지 랭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존에서는 클릭 하나하나가 모두 정보가 된다. 그냥 서핑하는 것만으로도 아마존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그런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추천도서 목록을 제안한다. 그만큼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넷째는 직접 참여하는 미디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블로그와 트랙백, RSS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는 일기 형태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개인 홈페이지와는 다르다. 홈페이지처럼 멈춰있는 게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기록이 업데이트 된다. 정보의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보의 유통에 그쳤던 네이버 지식검색과도 다르다. 블로그의 더 큰 차이는 늘 살아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한다는 것이다.

트랙백은 다른 블로그에 내가 그 웹 페이지의 내용과 관련된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트랙백을 보내면 두 개의 블로그를 서로 연결하는 링크가 생기게 된다. 트랙백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식이다. 이를 테면 누구든 나에게 링크를 보낼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다. 링크를 주고 받으면서 정보는 더욱 풍성해지고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RSS는 그야말로 웹 2.0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는 ‘정말 간단한 발행’의 약자다. 쉽게 설명하면 블로그의 최신 글 목록을 RSS 파일로 ‘발행’하고 그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그 파일을 받아다 하루에 한번씩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최신 업데이트 상황을 확인하고 새로 올라온 글을 불러들일 수 있다. RSS는 ‘발행’과 ‘구독’이라는, 정보를 수집하는 전혀 다른 유형을 만들어 냈다.

RSS 주소를 수집기에 걸어두면 100개든 200개든 관심있는 블로그의 최신 글 목록을 한꺼번에 받아볼 수 있다.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열어볼 필요가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RSS는 이밖에도 여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테면 RSS는 콘텐츠가 사이트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사이트를 벗어난 콘텐츠는 얼마든지 변형 가공돼 다양한 형태로 다시 발행될 수 있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는 극단적인 신뢰와 극단적인 분산이다. 먼저 극단적인 신뢰의 경우는 위키피디아를 예로 들 수 있다. 누군가 들어와서 모든 자료를 지워버릴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까지도 모두 열어둔다. 의도적으로 자료를 엉터리로 수정하거나 악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많은 자원 봉사자가 이를 바로잡는다. 극단적인 분산의 경우는 비트토런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믿음에 뿌리를 둔다.

일곱 번째는 이른바 ‘롱 테일’ 비즈니스다. ‘롱 테일(long tail)’이란 긴 꼬리라는 의미다. 흔히 상위 20%가 80%의 매출을 올려준다고 하지만 하위 80%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웹 2.0의 세계에서는 하위 80%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이런 가정을 증명하는 사례는 숱하게 많다. 아마존은 20%의 베스트셀러보다는 잘 안 팔려서 구하기 어려운 나머지 80%의 책에 더 경쟁력이 있다.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아마존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니까.

애플의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아이튠스 역시 80%의 비인기 앨범이나 희귀 앨범에서 더 많은 수익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구글의 애드센스를 빼놓을 수 없다. 더블클릭이 대형 광고주에 매달리던 무렵 구글은 꽃 배달 서비스나 제과점, 웨딩숍 등 그동안 ‘찌라시’ 정도 돌리던 작은 광고주들을 공략했다. 이들은 겨우 한달에 몇십만원 정도 지불할 뿐이지만 모아놓으면 엄청난 규모가 된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었던 셈이다.

웹2.0이란 누구도 정보를 소유하거나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이것을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이걸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그런 웹 서비스를 말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R&D센터 윤석찬 팀장은 웹 2.0이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와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윤 팀장은 “신기술 기반 서비스는 없다, 다만 신개념 서비스만 있을 뿐”이라고 정리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도움말 주신 김중태님, 김태우님, 류중희님, 박수만님, 박영욱님, 윤석찬님, 전종홍님, 한재선님,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 구글시그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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