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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도 토큰으로, 광고비도 토큰으로.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7, 2018

블로터가 레벨(LEVEL)이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탈 중앙화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15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추진하고 있다.

블로터(bloter)는 블로거(blogger)와 리포터(reporter)의 합성어다. 2006년 9월에 창간했으니 얼추 12년이 다 돼 가는 언론사다. 나는 블로터를 창간 이전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블로터의 역사를 좀 안다고 할 수 있다.

블로터는 블로거들의 연합 플랫폼 성격으로 출발했다. 오마이뉴스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구호를 걸고 일반인들을 기자로 동원하는 방식이라면 블로터는 블로거들에게 비즈니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블로거들이 연대해서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익모델을 공유하는 동업자 관계에 가까운 모델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느 언론사와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보다는 전업 기자들 비중이 큰 것처럼 블로터 역시 외부 블로거 보다는 월급을 받는 직원 기자들 중심으로 운영됐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들은 현장 취재에 약했고 출입처 중심 취재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블로터 역시 블로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기에는 충분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블로터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상범 대표는 레벨 프로젝트가 블로터의 시즌 2를 열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서 김상범 대표를 만났다.

– 블록체인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굳이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서비스거나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다. 레벨 프로젝트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다음 이유에서다. 블로터가 블로거들의 연합이라는 창간 철학을 구현하는 데 실패했던 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블로터 모델이 성공하려면 블로터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에게 충분한 독자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합당한 콘텐츠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 한때 블로그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블로거들도 많지 않다. 그동안 안 됐던 게 블록체인으로 오면 될 거라고 보는 건가?
“블로터는 네이버 콘텐츠 제휴(CP) 언론사다. 그나마 다른 신생 매체들과 비교하면 도달률이 높고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지만 플랫폼으로 자리잡기에는 부족했다. 레벨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에디터에 의한 개방적 큐레이션, 둘째, 공동체 기반의 수익 모델, 셋째, 협력적 저작 및 발행 시스템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블로터 플랫폼이 외부 블로거의 글을 받아서 블로터 홈페이지에 게재해 주는 방식이었다면 레벨 프로젝트에서는 크리에이터(블로거)의 글을 여러 에디터가 자유롭게 가져다 쓰는 방식이다. 블로터도 에디터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고 중앙일보나 한겨레, 미디어오늘도 에디터로 참여할 수 있다.”

– 여기서 말하는 에디터는 언론사를 말하는 건가.
“언론사일 수도 있지만 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하는 누구라도 에디터로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크리에이터와 에디터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직접 연결된다. 언론사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에서 제휴 콘텐츠를 가져다 쓸 수 있게 설계하려고 한다. 만약 미디어오늘이 김상범의 콘텐츠를 게재하면 그 콘텐츠에 붙는 광고가 일정 비율로 김상범에게 배분되는 방식이다.”

– 지금은 광고 대행사가 30%까지 피(fee)를 떼는데 대행사가 필요 없게 되겠다.
“그렇다. 크리에이터와 에디터를 연결하는 모델도 가능하지만 광고주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모델도 가능할 것이다. 광고주가 크리에이터를 선택할 수도 있고 에디터가 광고주를 선택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광고 효율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 블로터와 레벨 프로젝트는 어떻게 결합하는 것인가. 블로터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이 될 것 같다.
“블로터도 에디터들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 플랫폼 안에서 블로터 같은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기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구입하고 편집해서 발행할 수 있다. 블로터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세분화된 주제의 버티컬 미디어가 가능할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에디터가 돼서 글을 발행할 수도 있고 에디터가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글을 선별해서 독립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는 에디션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콘텐츠 어그리게이션 서비스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를 테면 슬로우뉴스나 ㅍㅍㅅㅅ도 대부분 기고를 받아 운영되지 않나.
“블로터를 창간했을 때 아이디어는 좋은 글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것은 크리에이터와 에디터, 에디터와 광고주,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등의 다양한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슬로우뉴스나 ㅍㅍㅅㅅ도 이 플랫폼에 올라탈 수 있다. 누구든 적정한 비용을 내고 콘텐츠를 끌어다 쓰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여러 매체에 동시에 글이 실리고 많이 읽히면 읽힐수록 좋은 것이다. 광고주가 크리에이터를 선택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에디터가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를 요청할 수도 있고 크리에이터가 에디터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발행을 요청할 수도 있다.”

– 사실 온라인 광고는 단가가 매우 낮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백서(white paper)에서 밝히겠지만 우리는 탈 중앙화가 미디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어떠한 형태든 중앙화된 조직은 자본과 정치, 이해집단 같은 외부 세력에 취약하고 결국 미디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네트워크가 어떤 압력에 의해서도 지배되지 않도록 자율적이면서 자립적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율적(self-governing)이고 자립적(self-sustaining)인 탈 중앙화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토큰 발행 계획을 설명해 달라.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100만 명이 9000만 달러 정도의 경제를 일으키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가정하고 1토큰에 0.2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공급량을 결정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토큰 발행이 불법이라 싱가포르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번에 판매할 토큰은 1875만 싱가포르달러가 목표다. 154억 원 정도 된다. 1 레벨 토큰을 0.25싱가포르달러로 설정한 목표다. 모금된 펀드의 50%는 네트워크 개발에, 나머지 50%는 마케팅과 제휴, 운영에 쓸 계획이다.”

– 레벨 토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레벨 토큰이 만드는 토큰 생태계가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광고주가 토큰으로 광고비를 지급할 수 있고 독자들은 토큰으로 구독료를 내거나 크리에이터를 후원할 수 있다.”

– 환금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나 같으면 원고료를 토큰 대신에 현금으로 받고 싶을 것 같다. 토큰을 받자 마자 현금으로 바꾸거나.
“당연히 기준 환율을 제시할 것이고 현금 환전도 가능하다.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토큰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레벨 생태계가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토큰을 계속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이건 우리로서도 모험이다. 시스템 설계를 잘 해야 하고 네트워크가 뒷받침돼야 한다.”

– 서비스는 언제부터 가능한가.
“정확히 말하면 레벨 프로젝트는 블로터가 주체가 아니라 블로터도 참여하는 프로젝트라고 하는 게 맞다. 토큰은 프라이빗 세일과 프리 세일이 진행 중이고 올해 4분기부터 퍼블릭 세일에 들어간다. 1차 베타 서비스는 2019년 4분기, 최종 출시는 2020년 4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벨 프로젝트 홈페이지(www.level.foundation)를 통해 백서와 향후 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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