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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료 10배 올려달라, 신문협회 주장 살펴보니.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6, 2017

언론사의 포털 전재료가 지금의 10배 정도는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제 한국신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발표에서다.

안 교수는

1. 우리나라 국민이 PC,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1주일에 평균 272.53분 뉴스를 보는데,
2. 포털 체류시간 가운데 40% 정도가 뉴스 이용과 관련됐다고 보면,
3. 전체 포털 매출액 대비 뉴스 저작물에서 얻는 매출액이 3528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결국 현재 주요 언론사들이 받는 전재료의 10배를 포털이 뉴스로 벌고 있다는 결론이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재료를 올려 받은 언론사가 많아 지난해 기준으로 네이버와 다음 합쳐 전재료가 500억원에 이른다는 관측도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체류시간이 광고 매출에 기여하는 계수를 0.8로,
– 뉴스 관련 이용 체류시간 비중을 0.3으로,
– 광고 매출에 포털 기여분은 5%,
– 포털의 기술 비용은 10%,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PC 광고 매출이 1조3000억원과 2200억원이니 기여도를 반영하고 비용을 빼면 각각 1170억원과 198억원이 PC 전재료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바일의 경우도 체류시간 비중이 0.3에서 0.5로 늘어난 것만 빼고 변수는 같다.
모바일 매출액이 각각 1조6000억원과 3000억원이니 계산하면 각각 1890억원과 270억원이 나온다.

PC와 모바일을 더하면 네이버는 3060억원 모바일은 468억원을 언론사들에 전재료로 줘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안 교수는 닐슨코리아 패널 가운데 1168명을 조사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로그 데이터 분석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뉴스 소비 시간이나 체류 시간, 포털 비중 등은 조사 표본이 적긴 하지만 그동안 비슷한 다른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고 사실 이게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

 

뉴스 관련 콘텐츠를 읽는 시간이 전체 포털 체류시간의 30%라는 가정은 일단 그렇다 치고.

문제는 뉴스 체류시간이 포털 광고에 기여하는 정도가 80%라는 가정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인 전제조차도 틀렸다.

일단 네이버의 광고 매출에서 검색형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82.4%나 된다. 뉴스 섹션에 들어가는 배너 광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뉴스를 보러 들어왔다가 검색을 할 수도 있고, 포털에 가면 뉴스가 있기 때문에 포털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시간만큼 광고를 나눠 받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래 머물지만 포털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될 수도 있고 잠깐 머물렀다 떠나지만 돈이 되는 이용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뉴스는 이용자를 끌기 위한 밑밥일 뿐 그 자체로 돈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라는 게 포털의 주장이다.

물론 뉴스는 적자라는 포털의 볼멘 소리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공짜 뉴스가 아니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가능했을지 의문이고 포털이 공짜 뉴스를 뿌리면서 뉴스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포털이 뉴스 소비 관련 데이터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수익 배분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대 포털이 콘텐츠 유통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아무런 협상의 카드가 없다. 과점 상태가 지속되면서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뉴스 노출 시간에 맞춰 광고 매출의 80%를 달라는 신문협회의 주장은 다분히 억지스럽고 황당무계하지만 산술적인 계산을 넘어선 이익 배분 논의, 더 나가 뉴스 생태계의 재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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