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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편집하는 포털 뉴스를 바라십니까.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23, 2013

알고리즘 편집으로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평가와 함께 뉴스 트래픽의 배분 문제를 두고 언론사들과 포털 사이트들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포털 뉴스의 공정성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에서 편집자의 주관을 배제한 알고리즘 편집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포털 뉴스의 편향성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가 길다. 한때 정치권에서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포털 뉴스는 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여야 정치권 모두 포털의 뉴스 편집에 불만이 많았다.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 편집을 포기하고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게 2009년 1월, 뉴스캐스트는 완벽한 랜덤 롤링 방식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췄지만 낚시 장사와 선정성 경쟁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지난 4월, 네이버는 아예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그러나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유도한다던 뉴스스탠드는 아예 뉴스를 읽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마이뉴스 설정은 5%를 넘지 못했고 언론사들 트래픽은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네이버 첫 화면 트래픽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부활을 비롯해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포털이 신뢰를 얻으려면 뉴스 편집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구글은 미국과 유럽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지만, 편집 알고리즘을 공개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뷰징 문제를 포털 뉴스 편집자들이 해결할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포털 업계의 반응은 시니컬하다. 한 포털 관계자는 “포털은 이미 편집원칙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기존 언론 가운데 이 정도라도 공개하는 언론사가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나 한겨레 등은 오늘 1면 톱은 어떠어떠한 원칙으로 선정했다고 공개하지 않는데 왜 포털에만 이런 걸 요구하느냐”는 이야기다. 속보성과 이슈의 중요도, 기사의 완성도 등을 보겠지만 그건 편집자의 재량에 맡길 문제라는 입장이다.

구글의 경우 100% 알고리즘 방식으로 뉴스를 편집하는데 주요 편집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사가 평소 기사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둘째, 기사 길이가 얼마나 긴지, 셋째, 중요한 사건을 보도하는지, 넷째, 다른 기사를 옮겨 쓰는 편인지, 다섯째, 외부에서 이 언론사의 기사가 얼마나 인용되는지, 여섯째,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일곱째, 방문자 수와 트래픽은 얼마나 많은지 등이다.

구글은 심지어 기자와 편집실 규모, 사무실 수, 취재원의 실명 여부, 보도 범위,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맞춤법과 문법까지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개별 뉴스보다는 언론사의 누적된 평판이 기사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각각의 변수에 배점을 부여하고 공개되지 않은 함수와 가중치를 적용해 총점을 기준으로 기사를 선택해 배치하기 때문에 이슈 추종형 기사만 만들어서는 구글 뉴스에 노출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애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포털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유튜브나 메일, 지도 등의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구조인데 네이버나 다음 등은 뉴스와 블로그, 카페, 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검색 서비스로 트래픽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나 다음처럼 뉴스 콘텐츠를 직접 구매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가두리 양식장 방식의 포털이 미국이나 유럽에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한 포털 관계자는 “우리도 100% 알고리즘 방식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난장판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걸 뻔히 알면서 갈 수는 없다”면서 “알고리즘 원칙이 공개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어뷰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베스트 댓글을 없앤 것도 조직적으로 특정 댓글을 끌어올리는 등 어뷰징을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포털의 한 관계자는 “포털은 신문법에 규정된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고 법적으로 미디어”라면서 “미디어의 편집권은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구글처럼 100% 알고리즘 방식으로 가더라도 왜 이런 뉴스가 톱으로 올라왔느냐, 소수의 언론사들 이외에는 알고리즘 변수 자체가 편향되고 불공정하다, 다른 알고리즘을 채택하라고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포털들도 나름 미디어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엄청나게 신경을 쓴다”면서 “편향된 편집으로 시비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과 네이버 뉴스가 그렇게 불공정하다면 1000만, 2000만명씩 보러 오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알고리즘 편집 방식을 도입해 한국식으로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순서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오히려 중립을 벗어나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털 뉴스의 편집 원칙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편집 원칙을 공개하라는 주장은 공허하고 알고리즘 방식으로 가자는 주장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완벽한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개선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뷰징 문제가 심각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편집자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구글이 공정성을 인정 받는 건 100% 알고리즘 편집 방식이라서도 아니고 편집 원칙을 완벽하게 공개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알고리즘이 공개되는 순간 어뷰징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구글은 페이지 랭크를 비롯해 최소한의 알고리즘 원칙만 공개하고 계속해서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알고리즘 방식의 뉴스 편집이 가능하겠지만 그러려면 상당한 기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공정성이라는 것도 논쟁적 개념이라 완벽하게 공정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이라는 건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어느 포털도 검색 알고리즘을 100% 공개하지는 않는다”면서 “구글이 공개하는 알고리즘이라는 것도 포괄적인 원칙론일 뿐 더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 비밀일 텐데 이를 강제로 공개하도록 한다고 해서 공정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수동 편집과 기계적 편집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위적 편집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기사를 뽑아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성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선정성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기계적 편집은 중요한 기사를 뽑아낼 수 있지만 마이너하면서도 재미있는 기사를 찾기가 어렵고 무미건조한 편집이 되기 쉽다.”

황 교수는 “100% 알고리즘 편집이라도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특히 시장이 좁고 팩트 경쟁보다는 이념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기계적 편집으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는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 등 편집자의 개입을 배제한 기계적 중립을 선호하는 반면 다음은 적극적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비교적 중립적인 통신사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다음은 상반된 견해를 동시에 소개해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선호한다.

강정수 연구원은 “당장 완벽한 알고리즘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뷰징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어뷰징을 차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강 연구원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해서 기계적 균형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포털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면서 “포털은 미디어로서 자율적인 편집권을 갖지만 그 편집 결과에 대해 사회적 감시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교수는 “포털도 언론이기 때문에 과도한 공정성 원칙을 강요하는 것은 편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법적 규제를 강화하거나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기 보다는 편집자들이 끊임없이 공정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원론적이지만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은 이해 관계자들의 관계 설정의 문제라 사회적 논의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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