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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야말로 포퓰리즘 아닐까.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5, 2011

올해 연말로 일몰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폐지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부자감세에 이어 서민증세라며 반발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1999년, 당초 취지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자영업자 등의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해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은 제도의 취지가 많이 퇴색했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전체 직장인 1425만112명 가운데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로 혜택을 본 직장인은 568만6959명으로 39.9%, 한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만약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될 경우 1조1818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먼저 제도 연장을 요구하고 청와대에서 이를 전폭 수용했던 것도 민심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서였다. 보수·경제지들도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연장하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한 사람 앞에 2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세금을 덜 낸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결국 구멍난 세수는 누군가가 메워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월급쟁이만 봉이냐는 불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월급쟁이들 세금을 더 깎아줘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건 아니다. 이거야 말로 질 낮은 포퓰리즘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부자감세-서민증세의 프레임을 비판하는 걸 넘어 “부자도 증세, 서민도 증세”의 구도를 만들어야 했다. 서민들도 세금을 더 낼 테니 부자들은 더 많이 내라고 압박을 해야 했다. 보수·경제지들까지 나서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반대하고 나선 이유를 생각해 보라. 저들은 “부자도 감세, 서민도 감세”의 프레임을 만들어 감세 기조를 정당화하고 정부재정과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려고 한다.

애초에 신용카드 소득공제라는 제도 자체가 역진적이라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얻게 될 혜택은 고소득 월급쟁이들일수록 크다. 이를 테면 연봉 2500만원인 직장인이 5만원을 돌려받을 때 연봉 5천만원인 직장인은 5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깎아준 세금 1조1818억원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살펴봐라. 애꿎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붙들고 하소연할 게 아니라 부자감세의 전면폐지, 조세제도의 전면개혁을 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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