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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블로그인가.

Written by leejeonghwan

May 30, 2011

(‘인터넷 주인찾기’라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아래 글은 다음 컨퍼런스 준비와 관련, 의견을 정리한 겁니다.)

저는 우리가 ‘인터넷 주인 찾기’라는 이름으로 모였으면 인터넷의 주인을 찾는 좀 더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차례 컨퍼런스를 열긴 했지만 그게 우리 모임의 핵심 사업이 아니지 않나요.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도 좋지만 굳이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일단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주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죠.

대략 그동안 몇 차례 준비 모임과 메일로 오고 간 의견들을 모아보면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 그리고 이 둘의 관계 정도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방향을 잡기 위해 제 의견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블로그의 가치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야기하는데 역설적으로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자고 제안을 하고 싶은 거죠.

굳이 블로그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트위터도 좋고 페이스북도 좋지만 핵심은 우리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트위터는 링크를 전달하기에 좋고 페이스북은 관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담아내기에는 블로그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확산될수록 다시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게 될 것도 분명하고요. 결국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거죠.

우리가 인터넷 실명제와 저작권 법을 주제로 두 차례 컨퍼런스를 했지만 컨퍼런스만으로는 실제로 뭔가를 바꾸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동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글을 써서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가 ‘인터넷 주인찾기’의 방법론으로 ‘콘텐츠 생산과 유통 방식’을 좀 더 심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거창한 ‘액션’을 하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블로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액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유성기업 파업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해, 반값 등록금에 대해, 포털의 임시 차단 조치에 대해, 주류 언론의 어젠더 조작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삽질에 대해, 엉터리 선거법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이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든 주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 사용자가 주체로 나서는 콘텐츠 생태계와 콘텐츠 수익모델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우리 사회의 어젠더 헤게모니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우리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서 좀 더 열린 인터넷, 그리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해 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류 언론의 어젠더 조작을 폭로하는 작업을 병행해야겠죠.

저는 이런 변화가 소셜 미디어가 주는 기회이자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젠더 플랫폼이 분화되고 다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주류 언론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그건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집단지성의 플랫폼으로 작용하려면 다양한 관점과 문제제기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네트워크는 확산되고 있는데 정작 거기에 담아낸 콘텐츠가 없는 상황이랄까요.

인터넷 실명제를 주제로 컨퍼런스까지 했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 건 우리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더 많은 글을 쓰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여론을 끌어내 압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치열한 고민을 끌어낸다는 의미에서, 블로깅이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투쟁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좀 더 조직적인 블로깅을 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좀 더 영향력을 갖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실제로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는 단계까지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보자는 거죠. 블로깅의 콘텐츠 전략과 수익모델, 블로깅을 연계하는 도구로서의 소셜 미디어 활용 방법, 콘텐츠 파워를 높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논의해 보자는 겁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 수익모델을 논의해 볼 수도 있을 거고요. 블로거들 콘텐츠를 묶어서 좀 더 많은 페이지뷰와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새로운 형태의 메타 블로그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거고요. 강정수님이 말씀하셨던 ‘땡큐 이코노미’를 구현할 방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겠죠. 그 과정에서 좀 더 실천적인 액션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시 정리를 하면, 1회성 이벤트 성격의 컨퍼런스에 목적을 둘 게 아니라 논의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의 방식을 고민해 보자는 거죠. 그 첫 단계로 우선 블로그부터 시작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블로거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우리의 현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할수록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모호하긴 하지만 한 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왜 다시 블로그인가 – 소셜 네트워크 시대, 여전히 콘텐츠가 왕이다” 뭐 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블로거들을 발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블로고스피어로 끌어들이고 좋은 콘텐츠를 서로 추천하면서 이슈를 확산시키는, 서로 서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발언하도록 하는, 뭐 그런 시스템을 고민해 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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