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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 눈물겨운 기업 기살리기.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1, 2008

이명박 정부의 기업 기 살리기가 눈물겹다. 기업들 세금을 깎아주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거세게 충돌했다. 청와대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새 정부가 싫다는데 달리 도리가 없다. 권력은 이미 인수위에 넘어갔다.


사건의 전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1982년 이후 5차례 임시 운영됐는데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재정경제부가 이를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반대했고 인수위가 이를 다시 요청했고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조세 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맞섰다. 인수위 강만수 간사는 “시행령을 만들어 소급 적용한 과거 사례가 많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이번 조치로 2조원 이상 기업들 부담이 줄어들고 0.2%포인트 수준의 성장률이 올라가는데다 2만1천명의 고용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인수위는 법인세 인하 효과를 1.7%포인트 정도로 추정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도 들리고 인수위가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친 기업 정부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겠다는 의도에서다.

21일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다만 논조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머니투데이는 “(인수위가)이번 조치가 사실상 ‘부양용’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세금 환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해석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규모 감세 조치가 자산 거품이 가져온 장기 침체 국면의 궁여지책이라는 사실을 머니투데이는 지적하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쌍둥이 적자는 레이건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의 결과다.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의 향연’에서 “미국의 소득 불균형 확대의 주된 이유는 세전 수입의 불공평이 확대된 데 따른 측면이 강하다”며 “레이건의 세금 삭감은 최상위 고소득층의 가계에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간 반면 사회적 지출의 대폭적인 실질 삭감을 야기시켜 빈곤층에 타격을 주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경제는 노 대통령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반대를 “막판 심술”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이 집권하는 5년 내내 연장해 왔던 제도를 임기 말년에 종단하겠다는 심사가 뭐냐는 반문이다. 서울경제는 재경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새 정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철부지 같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서울경제는 중견 기업체 사장의 말을 인용,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는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경제는 인수위 강만수 간사의 말을 인용, “기업의 혼란과 불안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도대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얼마나 절박한 사안이길래 이렇게 다들 목을 매는 것일까.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계장치 등 설비투자를 포함, 사업용 자산에 투자한 경우 그 투자금액의 7%만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만약 매출액이 100억원이고 과세표준이 10억원인 경우 납부세액은 2억3800만원(==1억원×13%+9억원×25%)이 된다. 이 회사가 1억원의 기계장치를 구입했다면 1억원의 7%인 700만원을 빼고 세금이 2억31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경제가 인용한 중견 기업체 사장은 고작 700만원 때문에 1억원의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7천만원에 10억원 투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영리 추구를 위한 기업의 설비투자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지만 경제지들은 기업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세금 감면이 경제 성장률을 높이고 고용 창출을 가져온다는 인수위의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많지만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일부 언론은 인수위 주장을 인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를 기정사실로 쓰기도 했다.

국민일보가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국민일보는 “불경기를 극복하고 기업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특혜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국가 조세제도가 기형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또 “외국에는 비슷한 제도조차 없는데다 정말 투자를 진작시키는 제도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투자를 많이 하는 대기업이 혜택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불공평한 구조라는 점도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도 기사 말미에서 “이 제도의 장기 적용으로 투자 확대 효과는 낮은 반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투자 확대 효과는 불분명 한 반면, 세수만 줄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경제 부처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연합뉴스도 20일 이와 관련, “혜택의 80%가 대기업에 귀속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사실은 어느 언론에서도 인용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에너지 및 첨단 연구개발 분야 투자, 기업경쟁력 강화와 투자 촉진에 실효성이 있는 특정 분야로 대상을 집중한 한 뒤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양종관 남서울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의 논문을 인용, “조세지원이 세입기반을 약화시켜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일몰 시점에 종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둘러싼 논란에 참고할만한 중요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고종권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회계학회에서 발간한 회계학연구 2004년 6월호에 게재한 논문 ‘연구개발비세액공제와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유효성 분석’에 따르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시행된 기간에 자본지출액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액공제로 인한 투자유인과는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고 교수는 이 논문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시행된 기간 동안 연구개발비 지출과 시설투자간에 대체적인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시행된 연도에는 설비투자에 대한 강한 투자 유인이 존재하게 되므로 자본지출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되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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