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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으로 내집 마련? 모기지론의 모든 것.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7, 2004

팥쥐는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단돈 6천만원에 마련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나머지 1억4천만원은 20년 동안 달마다 나눠서 갚으면 된다. 지난 3월15일부터 도입된 모기지론이 그 해답이다.

모기지(Mortgage)는 ‘저당’, 론(loan)은 대출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집을 저당 잡히는 조건으로 집을 살 돈을 빌리는 셈이다. 집값의 70%까지 10년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지만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모기지론이 보편화돼 있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산다기 보다는 일단 들어가 살면서 월세 개념으로 모기지론을 천천히 갚아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제 발상을 바꾸자. 집살 돈을 모으느라 평생을 쏟아붓지 말고 지금 집을 사서 들어가라. 달마다 갚아나갈 자신만 있다면 지금부터 얼마든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내집 마련은 결코 남들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돈인데 어느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궁색하게 살지 말고 폼나게 살자는 이야기다.

모기지론의 이자는 1년에 7% 수준인데 달마다 나눠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1억4천만원을 20년동안 나눠서 갚으려면 달마다 100만원씩을 내면 된다. 절대 적은 돈은 아니지만 평생 벌어도 살까 말까 까마득했던 아파트를 지금 당장 살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더도 말고 딱 집값의 30%만 있으면 된다.

그동안 은행 대출이 길어봐야 3년 만기고 그때마다 대출을 갱신하거나 원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 것과 달리 모기지론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나눠서 갚는 초장기 대출이다. 대출 금액도 파격적이다. 2억원 한도에서 집값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7% 수준의 확정금리고 대출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이자납부액에 대해 최고 1천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이자는 6%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청 자격도 까다롭지 않다. 모기지론은 20세 이상이고 집이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집을 저당 잡히는 거라 신용불량만 아니라면 집 주인에게 어느정도 연체 기록이 있어도 괜찮다. 다만 달마다 갚는 원금과 이자가 월 소득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원리금이 100만원이라면 소득이 3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부부의 소득을 합쳐서 계산할 수도 있다.

또 이미 대출 받은 대출을 모기지론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3년 뒤에 갚아야 할 대출금을 20년 동안 나눠갚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에는 전환만 가능하고 대출 금액을 늘릴 수는 없다. 모기지론으로 구입한 집을 전세로 다시 내줄 수도 있지만 대출 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2억원짜리 집을 1억원에 전세로 내주려면 집값의 70%인 1억4천만원에서 1억원을 뺀 나머지 4천만원만 대출 받을 수 있다.

물론 여유만 되면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5년 안에 대출금을 갚게 되면 1~2%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모기지론을 받게 되면 무조건 5년 이상은 들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혹시라도 시중 금리가 떨어지고 더 낮은 금리의 모기지론이 나오면 갈아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5년 미만이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는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다는데 있다. 모기지론은 집을 저당잡히는 조건으로 받는 대출이라 아직 지어지지 않은 집을 저당잡힐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금과 중도금은 따로 해결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중도금 대출과 모기지론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파트에 입주하고 소유권을 확보한 다음에야 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다.

6억원이 넘는 집은 대상이 안되고 특히 전용면적 25.7평이하의 국민주택 규모 집이 우선 대상이다. 모기지론을 붓고 있던 집을 중간에 남에게 팔게 되면 집을 사는 사람이 다시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연체. 일정 기간 이상 연체가 계속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집을 경매에 붙여 대출금을 회수한다. 모기지론이라는 애매모호하면서도 그럴듯한 이름이 붙여졌지만 결국 모기지론은 저당 대출이다. 제때제때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언제라도 소유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게 좋다.

모기지론의 한계는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데 있다. 요즘 부동산 시세로 보면 3억원 정도는 줘야 서울 강북에서 20평 후반대, 강남에서 10평 후반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모기지론으로 최고 2억1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가운데 한달에 130만원씩 꼬박꼬박 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억1천만원은 모기지론으로 떼운다고 해도 나머지 9천만원은 또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모기지론의 혜택은 아직까지 서민의 몫은 아니다. 집값의 70%까지 대출해 준다고 하지만 이는 최대 한도일뿐 실제로는 40~50% 수준에 그친다고 보는게 옳다. 5천만원만 있으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팥쥐의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언젠가는 결국 집을 사겠다는 목표가 서 있다면 모기지론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모기지론의 개요.

– 신청자격 : 만 20세 이상의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소유자
– 자금용도 : 주택구입, 소요자금보전, 기존대출의 장기전환
– 대출한도 : 2억원 이내
– 대출비율 : 집값의 70% 까지
– 상환능력 : 매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1/3 이내
– 대상주택 : 고가주택(6억원 초과)은 제외되며,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이하)를 우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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