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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는 징벌적 세금일까.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4, 2007

종합부동산세 납부 마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경제지들이 종부세를 반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논리는 투기적 목적이 없는 1주택 보유자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 가운데 1주택 보유자 보유분이 13.1%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들 보수·경제지들의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동아일보 김상영 부국장은 13일 칼럼 <장삼이사의 아파트>에서 경기도 안양시 평촌 158.4㎡(48평형) 아파트에 사는 독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14년에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아 지금까지 1주택자로 살아왔다는 그는 “집값 오른 게 국민 잘못이냐”고 반문한다. “왜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려놓고 세금을 내라는 것이냐”는 이야기다.


이 독자의 억울함은 언뜻 타당성이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집값 거품을 방조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집값을 잡겠다며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다. 등록세나 거래세와 달리 종부세 또는 보유세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투기할 생각도 없고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집이고 앞으로도 계속 살 집인데 세금을 내라니, 세금을 피하려면 더 싼 집으로 이사라도 가야한단 말인가.

그러나 일단 종부세는 “장삼이사의 아파트”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평촌 158.4㎡ 아파트면 매매가가 10억원을 호가한다. 이 경우 공시가격을 시세의 80%라고 보면 8억원, 여기에서 6억원 초과분인 2억 원에 세율 1%를 적용하면 200만 원, 여기에 올해 과표 적용률 80%를 곱하면 종부세는 160만 원이 된다. 여기에 6억 원 이상 재산세 초과분과 중복 부과되는 50만 원을 차감하면 110만 원, 부가세 20%를 더하면 종부세는 132만 원이 된다.

10억짜리 아파트에 132만 원이면 큰 부담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 재산세와 부가세 등을 더하면 이 사람이 내야 할 부동산 보유세는 400만8천 원이 된다.

올해 종부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표 적용률이 70%에서 80%로 오른 때문이다. 종부세를 올려 받았다기보다는 제도 도입 초기에 할인됐던 부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종부세 세율은 6억 원에서 9억 원까지는 1.0%, 9억 원에서 20억 원까지는 1.5%, 2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는 2.0%, 100억 원 이상은 3.0%다. 과표 적용률은 올해가 80%, 내년은 90%, 2009년은 100%가 된다. 과표 적용률이 올라가면 내년에는 종부세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 뿐만 아니라 재산세 과표 적용률도 올해까지 50%에서 내년부터는 해마다 5%씩 올라 2017년이면 100%가 된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더해 부동산 보유세라고 하는데 해마다 보유세의 부담이 늘어날 거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엉터리 계산으로 종부세의 부담을 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종부세, 괴롭다 못해 무섭다”>에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아파트의 종부세가 452만 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집 주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15년 전부터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그는 종부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 종부세는 6억 원 초과 9억 원까지 세율 1%를 적용하면 300만 원, 9억 원 초과 10억 원까지 세율 1.5%를 적용하면 150만 원. 합계 450만 원에 과표 적용률 80%를 적용하면 360만 원이 된다. 여기에 6억 원 이상 재산세 초과분과 중복되는 100만 원을 차감하면 종부세는 260만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부가세 20%를 더하면 312만 원이 된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452만 원은 어디서 나왔을까. 공시가격 10억 원에 종부세 452만 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종부세 452만 원이 나오려면 공시가격이 11억2290만 원이 돼야 한다. 조선일보는 공시가격을 낮춰 잡아 종부세 부담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계산만 해보면 누구라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개포동 주공 아파트는 입지 조건이 좋은데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집값이 터무니 없이 올라있는 경우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사례와 달리 대부분 집주인들이 실제 거주하지는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고 전세나 월세 등으로 임대를 내준 경우가 대부분이다. 18평에 10억 원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팔고 더 넓은 곳으로 옮겨가는 게 훨씬 이익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전후 맥락을 빠뜨리고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찾아 종부세를 공격하는 논거로 삼고 있다.

공시가격 10억원 아파트의 경우.

보수·경제지들은 종부세 부담이 높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0.3%에서 최고 4.0%에 이른다. 평균은 1.54%다. 영국도 지역마다 최대 3.1배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평균 세율은 1.0~1.2%. 일본은 시가의 70%를 과표 기준으로 잡고 1.4%를 보유세로 받는다. 우리나라는 앞서 예로 든 평촌 아파트의 경우 시세 대비 0.4% 밖에 안 된다.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종부세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서비스의 이용 대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투기적 목적이 있건 없건, 소득이 있건 없건, 1주택 보유자든 2주택 보유자든 일단 집을 갖고 있고 집값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무조건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세금 낼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내야하고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면 집을 팔고 더 싼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동차에 비교해서 설명한다. “에쿠스나 오피러스에 세금이 많아서 부담스러우면 좀 더 작은 차를 타면 됩니다. 비싼 세금을 감당할 수 있으면 큰 차를 타면 되고요.”

이 처장은 동아일보 등의 기사를 악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싼 집을 갖고 있으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게 맞고 세금 낼 능력이 안 되면 처분하고 좀 더 싼 집으로 옮겨가는 게 맞다”는 이야기다.

없던 세금이 생겨서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이 처장은 “종부세 도입 이전이 비정상이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투기를 조장하고 부동산 폭등을 방치하고 거품을 양산해 왔다. 대중에 영합해 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2005년에 와서야 비로소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상화 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송두리째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최근 입장을 바꿔 종부세에 손을 대겠다고 선언했다.

이 처장은 “1주택 보유자라고 빼주고 노후 가구라고 빼주고 이것저것 다 빼주고 나면 종부세가 형해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1주택 보유자라고 해서 종부세를 면제해 준다면 20억짜리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8억짜리 두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전체 가구 1777만 가구 가운데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는 중복 포함 37만9천 가구이며, 비율로는 2.13% 밖에 안 된다. 언론이 과장하는 것과 달리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가운데 37.4%가 100만 원 이하를 납부하고 68.7%가 300만 원 이하를 납부한다.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가운데 1주택 가구는 14만7천 가구, 28.4%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모두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라는 이야기다. 2주택 이상 가구는 23만2천 가구, 세액으로는 이들이 전체 종부세의 71.6%를 차지한다. 절대 다수의 1주택 가구는 종부세와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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