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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났는데… 설거지는 누가 하나.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3, 2007

최근 경제 기사를 관통하는 화두는 유동성이다. 2000년 이후 바로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주식과 부동산 폭등을 불러왔던 유동성 파티가 바야흐로 끝나가고 있다. 누군가가 나서 설거지를 해야 할 텐데 다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으면서도 일단은 파티를 더 즐기고 싶어 하는 눈치다. 분명한 것은 파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흥청망청한 파티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파티의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았다. 파티의 참석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위기의 첫 번째 징후는 은행의 돈 가뭄이다.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돈줄이 마르기도 했지만 은행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가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탓이 크다. 덕분에 주식 시장은 폭등했지만 은행이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 발행을 늘리면서 금리가 치솟았고 주택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위기의 두 번째 징후는 주식 시장의 불안이다. 1900에서 1700대로 추락하는데 나흘 걸렸고 다시 1900선을 회복하기까지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머징마켓의 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금융 불안에 대비, 이익을 실현하고 현금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위기의 세 번째 징후는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이다. 미분양이 넘쳐난다는데 건설사들은 공급을 크게 늘렸다. 12월1일부터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분양가를 마음껏 올려받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10월 한달 수도권 건설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 보다 무려 890%나 늘어났다. 미분양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위기의 네 번째 징후는 환율 급등락이다.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선물환 매도도 한몫을 했다. 은행이 단기 자금 조달에 치중한 탓도 크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보다는 단기 자금을 융통,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했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위기의 다섯 번째 징후는 채권 시장의 패닉 현상이다. 국채 선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6%까지 치솟았다. 11월 30일 한국은행이 나서서 무려 1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금리는 오히려 뛰어올랐고 시장의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다섯가지 징후는 사실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자금 부족에 직면한 은행이 채권 발행을 남발하고 금리가 뛰어오르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가계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유동성의 쏠림에 따라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환율까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은 폭락의 전조마저 보이고 있다.

파티가 끝나가고 있는데 다들 파티의 여흥을 즐기고 있을 뿐 아무도 설거지를 할 생각은 없다. 이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될 참이다. 폭탄은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채권으로 외환으로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언론은 파장(罷場)을 경고하기 보다는 오히려 폭탄 돌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경제는 1일 <주가 1900 탈환… 연말 랠리 기대되네>에서 “연말까지만 본다면 저점은 이미 확인됐으며 연말 2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며 추동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신문은 11월30일 사설 <요동치는 금융시장 선제적 대응에 나서라>에서 “시장의 자율 기능을 해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시장의 쏠림 현상을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10년 전 임기 말 도덕적 해이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난을 초래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요구도 부쩍 늘어났다. 규제를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11월29일 4면 <지방 투기과열지구 대폭 해제/침체된 시장 살리기엔 역부족>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뿐만 아니라 금융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신규 분양주택 구입자에 한해 양도세를 5년간 유예하는 등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일시적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개입은 어느 정부든 하고 있는 거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일시적인 불안 이상으로 트렌드까지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자위험을 부담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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